10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입헌민주당과 일본공산당, 사회민주당 등 70년 넘게 개헌을 막아온 야당들이 참패, 존재감을 잃거나 몰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오후 11시 40분 현재 NHK가 추정 발표한 일본 참의원 선거 의석수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13~19석을 확보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입헌민주당은 최악의 경우, 직전 의석수(23석)보다 약 10석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입헌민주당은 이번에 선거를 실시하지 않은 참의원 의석수와 합쳐서 36~42석을 보유하게 돼 입지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일본공산당도 3~6석을 확보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여 전체적으로 10~13석을 가진 미니 정당으로 전락할 상황이다.
‘일본 평화헌법의 수호자’로 불리는 사회민주당은 더 심각하다. 사민당은 당선자가 한 명도 없거나 많아도 1석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77년 만에 ‘정당’의 간판을 내려야 할 위기에 처했다. 일본 선거법상 정당 요건은 소속 의원수 5명 이상이거나 선거 때 2% 이상 지지를 받아야 한다. 사민당은 이번에 1석을 추가해도 전체적으로는 2석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당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2% 이상을 득표해야 하나 달성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민당은 3년 전 참의원 선거 때 2.09%를 득표했었다. 최악의 경우 사민당은 정당이 아닌 ‘정치 단체’로 활동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1945년 출범한 일본사회당의 후신인 사민당은 1990년대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를 배출했으며 줄곧 ‘전쟁하지 않는 일본’을 규정한 헌법 9조의 유지에 당력을 쏟아왔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번 선거 기간 사민당원들에게 “사민당은 헌법 9조를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켜나가야 한다”며 “98살이지만 체력이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호소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95년 총리 재직 시절,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