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유세 중 총을 맞고 목숨을 잃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관을 실은 장의차가 12일 오후 일본 도쿄도 소재 자민당 본부 앞을 지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선거 유세 도중 피격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장례식을 ‘국장(國葬)’으로 치르자는 주장이 일본 자민당과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13일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일본은 전직 총리의 장례식을 ‘내각 및 소속 정당(자민당)의 합동장’으로 치르는 게 관례다. 2차 대전 이후 일본에서 국장이 치러진 건 지난 1967년 사망한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가 유일하다. 당시 일본은 각료 회의를 거쳐 ‘국장’을 결정했다. 아베 전 총리 장례식은 오는 9~10월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유족들은 지난 12일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족장을 치렀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은 이날 아베 전 총리의 장례식 예우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마쓰노 관방장관은 12일 기자회견에서 ‘국장 여부’를 묻는 질문에 “현시점에서 결정한 것은 없다”면서도 “큰 공적을 남긴 전직 총리인 만큼, 경의를 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는 8년 8개월간 재직한 최장수 총리였던 만큼, 국장의 필요성에 힘을 싣는 발언이었다. 마쓰노 장관은 자민당 아베파벌 소속 의원이다. 역시 아베파인 시모무라 자민당 전 정조회장은 11일 한 방송에서 “아베 전 총리는 국장을 치를 수준에 충분히 필적할 만한 역사적 족적을 남긴 인물”이라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일본에는 법적으로 ‘국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산케이신문은 “총리 관저 내부에서는 ‘(법적 근거가 없다면) 법률을 만들어 국장으로 예우하면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면서도 “장례식에 세금을 투입한다는 비판은 뿌리 깊다”고 보도했다. 국장은 장례식 비용을 모두 국가가 부담한다. ‘내각 및 자민당 합동장’의 경우 장례식 비용을 내각과 자민당이 나눠서 낸다. 산케이신문은 “합동장으로 해도,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일부 야당 등 반대 진영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며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는 국장을 부활하려다 국정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나라현 경찰은 13일 새벽 5시부터 2시간 동안 피격 사건 현장에 대한 검증을 실시했다. 아베 전 총리가 쓰러진 곳에서 약 90m 북쪽에 있는 주차장 벽면에서도 3발의 탄흔이 발견했다. 범인이 만든 사제 총의 위력이 상당히 강력했던 것이다. 범인은 당시 한 번에 총알 6발을 쏠 수 있는 사제 총을 사용했고 방아쇠를 모두 2번(총알 12발) 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