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24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사저 앞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려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는 도중 한 남성이 소주병 던지며 소동을 일으키자 경호원들이 박 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뉴스1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피습 당시 미숙한 경호가 현지에서 논란이 된 가운데, 현지매체가 한국 대통령 경호처의 신속한 대응을 조명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23일 자 지면에 지난 3월24일 대구에서 40대 남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소주병을 던진 사건을 실었다. 매체는 “소주병이 날아들자 불과 2∼3초 만에 10여명의 경호원이 달려와 박 전 대통령을 이중삼중으로 둘러싼 뒤 방탄판을 펼쳤다”며 “병을 던진 남성은 곧바로 체포됐으나, 경호원은 1분20초 간 경계 태세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대응은 아베 전 총리 총격 사건과는 대조적”이라고 논평했다.

앞서 아베 전 총리는 지난 8일 거리 유세 도중 야마가미 데쓰야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당시 경호를 맡은 경찰들은 야마가미가 첫발을 쏘고 나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두번째 총탄에 아베 전 총리가 쓰러지고 나서야 가방 방패를 들어 올렸다.

이때 아베 전 총리 옆에 있던 경호원 4명 중 2명은 총을 쏜 야마가미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에 대해 매체는 “경호의 역할은 원래 용의자 체포가 아닌 요인(要人)의 안전 확보”라며 “제2, 제3의 공격이 어디에서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요인을 덮어 가리거나 엎드리게 해서 목숨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지난 8일(현지시각) 일본 나라현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총기로 저격한 남성이 범행 직후 경호원들에게 제압당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를 사망케 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는 전직 해상자위대원으로 3년간 장교로 복무하다 2006년 전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요미우리는 한국 대통령경호처의 시스템도 조명했다. 매체는 “한국 대통령 경호처는 약 400명으로 이뤄져 있다”며 “경호처는 대통령과 그 가족의 경호를 담당하며, 대통령은 임기 후에도 최장 15년간 재임 때와 비슷한 수준의 경호를 받는다”고 했다. 이외에도 사복 경호원과 스나이퍼를 배치하는 미국 대통령경호팀과 러시아 연방경호청 등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들 국가에 비해 일본의 경호 시스템은 불안하다. 경시청 소속 경호원(SP)이 총리와 정부 각료를 담당하지만, 지방 유세 때는 지역 경찰이 배치된다”며 “경호원 운용 방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무라 마시히로 교토산업대 경찰행정법학 교수는 매체에 “내년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다. 경호에 대한 각국 정상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본 경찰청은 1992년 가네마루 신 당시 자민당 부총재 피격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경호 체제를 수정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