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홍콩·싱가포르 등 해외 자본이 엔저 영향으로 가격이 낮아진 일본 부동산 매입에 나서고 있다. 홍콩의 한 펀드는 향후 2년간 최대 5000억엔(약 4조8800억원)을 투자해 일본 부동산을 매입할 계획이다. 엔화의 가치가 1달러당 130엔대까지 떨어지면서 일본 부동산이 해외 다른 지역보다 매력적인 투자처로 등장한 것이다.
1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홍콩 펀드인 가우캐피털파트너스는 최근 도쿄와 오사카 등지에서 임대용 아파트 32건을 매입했다. 이 펀드는 향후 2년간 일본에서 오피스빌딩 등 4700억~5000억엔어치의 부동산을 매입할 계획이다. 싱가포르의 투자펀드인 GIC는 최근 일본 세이부홀딩스와 ‘더프린스 파크타워도쿄’ 등 빌딩 31곳을 1471억엔(약 1조44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미국 교직원연금보험조합(TIAA)의 자산 운영 기업인 루빈은 130억엔 이상을 일본의 노인홈 매입에 투자해 부동산 수익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그 배경엔 달러로 매입하는 해외 투자자에게 일본 부동산이 상당히 저렴해진 투자 환경의 변화가 있다. 대표적인 지표인 달러 표시 일본 부동산 가격지수는 올 6월 말 93까지 떨어졌다. 모건스탠리MUFG증권이 산출하는 이 지표는 2010년을 기준점(100)에 두고 달러로 일본 부동산을 구매할 때의 가격 변동을 나타낸다. 달러 보유자 입장에선 현재 부동산 가격이 2010년보다 낮다는 의미다.
유럽계 부동산 투자회사인 패트리치아의 나카모토 일본법인장은 “일본은 저금리가 지속돼, 부동산 구입 시 차입 비용도 낮다”며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 리턴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30여 년 전만 해도 재팬 머니는 일본 미쓰비시가 뉴욕의 70층짜리 초고층빌딩을 가진 록펠러그룹을 인수하는 등 세계 부동산 매입의 큰손이었다. 하지만 2013년 일본은행이 양적 완화를 시작한 이후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의 알짜 부동산을 하나씩 매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