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일본 사이타마현 사야마시의 한 수퍼마켓. 20평 남짓한 매장 안에 불닭볶음면, 비비고 김치만두, 종가집 묵은지, 연세 바나나 우유, 둥지냉면, 치즈 떡볶이 등 한국 식료품 1000여 종이 가득했다. 일본 제품은 단 한 개도 보이지 않았다. 매장 안에선 일본인 10여 명이 장을 보고 있었다. 중학생 자녀와 함께 온 고바야시(45)씨는 “한국 드라마에서 라면 먹을 때 자주 나오는 양은 냄비를 샀다”며 “아이가 좋아해서 자주 온다”고 말했다.
이 수퍼마켓의 이름은 ‘칸비니(韓ビニ)’. 한국의 ‘한(韓·일본어 발음으로 칸)’과 일본어로 편의점이란 뜻의 콘비니(コンビに)를 합친 것이다. 칸비니는 지난 2월 인구가 15만명 정도인 사야마시에 문을 열었다. 경기도 포천시만 한 일본 소도시에 한국 식료품만 파는 매장이 생긴 셈이다. 그동안 일본에서 한국 수퍼마켓은 도쿄 한인 타운인 신오쿠보에서 유학생 등 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업했는데, 한류 열풍을 타고 지방 소도시로 영역을 넓힌 것이다. 칸비니는 최근 2년 새 지바현, 도치기현, 군마현, 이바라키현 등 지방 소도시 14곳에 점포를 냈다.
칸비니뿐만 아니다. 한국 식료품 매장인 예스마트는 2020년 도쿄에 첫 매장을 낸 뒤 홋카이도, 센다이, 구마모토, 오키나와 등 전국에 15개 매장을 열었다. 창고형 매장 방식인 예스마트는 판매하는 김치 제품만 약 30종에 달한다. TV도쿄는 최근 “한국 전용 판매점은 손님 1명당 평균 구입액이 약 1500엔(약 1만4600원)으로, 일본 주요 편의점의 2배 정도”라며 “매출이 많은 날은 한 점포에서 하루 100만엔(약 976만원) 정도가 판매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