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일 갈등의 최대 난제인 징용 피해자 문제를 직접 언급하고 해결 의지를 밝힌데 대해 일본 주요 신문들이 18일 조간에서 일제히 주요 기사로 다뤘다. 전후 최악이라는 한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사히신문은 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한국 사회에서 이번 윤석열 대통령처럼 정치 지도자가 일본과의 미래 관계 중요성을 말하는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며 “이제는 역사에 책임이 있는 일본이 상응하는 행동을 보여야한다”는 취지의 사설을 게재했다. 사설은 단순 내용 전달이 아니라, 해당 신문이 옳다고 믿는 바를 독자에게 밝히는 글이다.
일본 최대 부수 신문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2면 중간기사로 ‘전 징용공 ‘충돌없이 해소’, 윤 대통령 보상책 검토’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의 보수 여론을 대표하는 신문으로, 줄곧 일본의 국익과 자존심을 강조하는 논조였지만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 회견에선 일본 관련한 주요 언급을 거의 빠짐없이 전했다. 이 신문은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갖고 한일 최대 현안인 징용공(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소송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보였다”며 “일본 정부와의 외교 마찰을 피하면서 원고에게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의 2위 부수 신문인 아사히신문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기사로 전달하는 한편, 사설에서 “(한일 양국의) 고위급 대화가 기능한다면 현안을 넘어설 길도 열릴 것”이라며 “일본과 한국 양측 정부가 함께 노력해, 관계 회복에 전력을 다할 때”라고 썼다. 아사히신문은 “취임 100일인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한국이) 징용공 문제에 대해, 일한 양국이 수용 가능한 대책을 찾는데 힘을 쏟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줬다”고 썼다. 아사히신문의 사설은 “윤 대통령은 앞선 광복절 기념사에서도 일본을 ‘힘을 합쳐야할 이웃’이라고 지칭하고 ‘보편적인 가치를 기반에 두고 미래를 향해 나갈 때 역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일본에 대해 복잡한 감정이 남아있는 한국사회에서는 (이렇게) 정치 지도자가 강하게 (한일의) 미래 중요성을 말하는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썼다.
아사히신문의 사설은 “지지율 저하로 고심하는 윤 정권으로선 더욱더 그렇다”면서 “이런 발언에서 (윤 대통령의) 각오가 전해진다”고 썼다.
아사히신문은 “역사에 책임을 져야할 당사자인 일본도 마땅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며 “식민지 지배에 대한 겸허한 태도를 표명한 (일본) 역대 정권의 자세를 재확인하고, 3년 전에 실시한 한국 수출 규제강화 조치를 해제하는 절차를 시작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썼다. 본래 한국 수출 규제 조치는 징용 피해자 문제를 수수방관한 한국의 전 정권에 대한 보복이었던만큼, 일본도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화답해야한다는 논리다.
일본 4대 일간지이자, 가장 진보적인 색채를 띠는 마이니치신문은 종합 2면의 절반 이상을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분석하는 기획 기사로 채웠다. 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한 현재 상황과 한국 정부의 노력을 세세하게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진보 성향의 문재인 전 정부는 삼권 분립을 이유로, 확정 판결과 집행 과정에 정부가 관여하는데 소극적인 자세였고 시간을 허비했다”며 “반면, 윤 정권은 출범 2개월 만인 7월에 외교부 주도로, 관민협의회를 열어 해결책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윤 정권이 이 문제를 정부 주도로 해결하려는 데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소수여서 의원 입법을 통한 해결이 어렵다는 정치 구조도 배경에 있다”고도 했다.
마이니치는 “진보 색채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국회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할 것이 확실하다”며 “대일 강경 발언으로도 알려진 이재명 의원은 8일 외교부가 사법부에 (징용 피해자 관련)의견서를 제출한데 대해 ‘한국 외교부가 쓸데없는 행동으로 불에 기름을 부었다. 한국 정부는 법원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철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단, 마이니치는 “윤 정권이 경험 부족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다”고도 지적했다.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날 조간 1면과 3면에 윤 대통령의 회견을 보도했다. “안보 상황에 비춰볼 때, 공급망과 경제안보 차원에서 볼 때 한일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미래가 없는 사람들끼리 앉아, 어떻게 과거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윤 대통령의 ‘일본의 주권 문제’ 발언을, 대위변제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며, “(대위변제가 실현되면)한일관계 악화의 도화선이 됐던 징용공 문제가 해결을 향해 크게 전진한다”며 “일본의 수출관리 엄격화 조치나 안보 문제 등 다른 현안도 해결의 길이 열릴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