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사설(社說)에서 한일 간 민감한 현안인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 문제를 다뤘다. 일본 4대 신문 중 하나인 마이니치신문은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뜻을 표명했다. 일본을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나가야 할 이웃’이라고 했다”며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문제의 충돌 없이 채권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며 “마음에 걸리는 대목은 (한국에) 호응하는 움직임이 일본 정부에서 안 보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징용 피해자 해결책이 햇빛을 못 본다면 일본으로서도 크나큰 손실”이라며 “극도로 악화한 양국 간 관계는 한쪽의 노력만으론 개선하기 어렵다. 양국이 함께 움직일 때”라고 주장했다.

아사히신문은 같은 날 서울발 기명 칼럼에서 “윤 정권은 한국에서 일본에 저자세라고 비판받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자국 내 여론의 이해를 구하려면 일본의 수출 규제 해제와 같은 ‘상응하는 성의 있는 대응’이 필요한데 기시다 정권은 관망하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시다 정권이 움직이지 않으면 윤 대통령도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 어려워진다”며 “시간이 촉박하다”고 썼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8일엔 “역사에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인 일본도 마땅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사설을 냈다. 이 사설에서 “(기시다 내각이) 식민지 지배에 대한 겸허한 태도를 표명한 역대 정권의 자세를 재확인하고 3년 전에 실시한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해제하는 절차를 시작하는 게 어떤가”라고 썼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와 100일 기자회견에서 표명한 한일 관계 개선 의지에 일본 주요 언론이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 4대 신문 가운데 마이니치신문과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한국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의 위험도 무릅쓰고 관계 개선 발언을 했으니, 일본도 호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징용 피해자 해결에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선 만큼, 일본도 3년 전 한국에 취한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해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22일 미국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원장 서면 인터뷰에서 “민주주의 국가이자 경제 대국이며,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의 관계 개선은 양국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에 이득을 가져온다”는 발언을 전했다. 지난 5월에는 “한국 수출 규제는 일본 통상 정책의 흑역사”라며 “수출 규제의 효과가 없었다는 점보다 한국에 도의적인 우위성을 제공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칼럼을 게재했다.

일본 보수 여론을 대변하는 판매 부수 1위 요미우리신문이 최근 사설에서 “역사 문제에 집착한 전 정권의 대일 정책으로부터 전환하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내세운 대목은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요미우리는 한일 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일본 정부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대일 관계 개선 의지는 빠트리지 않고 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기시다 내각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 피격 사망 후, 내각 지지율 급락으로 한일 관계 개선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22일 발표된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무려 16%포인트 하락한 36%를 기록했다. 작년 10월 내각 출범 이후 최저다. 기시다 내각은 지난달 참의원 선거 직후만 해도 지지율이 70%대까지 치솟았지만, 아베 전 총리 피격 사망 이후 자민당과 통일교 간 유착 문제가 불거져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자 지난 10일 개각을 단행했는데 정작 신임 대신들도 유착이 드러나면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더욱이 기시다 총리는 일주일 동안 휴가를 다녀온 후 21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당분간 격리된 채 지내야 한다. 히토쓰바시대학 다나카 히로시 명예교수는 “일본 정부가 지금처럼 한국이 해결안을 들고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태도를 해선 아무 문제도 안 풀린다”며 “기본적인 외교도 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이런 모습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일본 시민 단체 ‘무라야마 담화 계승 모임’의 후지타 다카카게 이사장은 “자민당 주도 세력들은 일본은 잘못한 것이 없으니, 한국이 알아서 징용 피해자 문제를 풀라는 식”이라며 “모처럼 한국이 한발 다가왔는데 당내 소수파로, 강경파 눈치를 보는 기시다 정권이 신속한 화답을 내긴 어려운 분위기”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