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최근 기시다 내각과 자민당이 추진하는 안보 문건 개정안에 대한 내부 논의에 착수했다. 지난 4월에 자민당이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 명분으로 제시한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과 방위비 예산 증액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를 시작한 것이다.
공명당은 일본 중의원 465석 중 32석(6.8%), 참의원 248석 중 27석(10.8%)을 가진 제4의 정당에 불과하다. 하지만 연립여당을 구성하는 공명당의 협조 여부에 따라 전쟁 포기·교전권 부인·군대 비(非)보유를 명기한 일본 헌법 제9조 개정이 사실상 결정되기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공명당은 24일 안보 문건 개정에 대한 당론을 정하는 외교안보조사회의 논의를 시작했다. 당론을 정한 뒤, 10월부터 연말까지 연립정당 파트너인 자민당과 최종안을 조율한다.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이날 “연말까지 (방위비) 예산을 포함한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며 “(안보 개정안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공명당은 불교 계열 종교 단체인 창가학회(SGI)가 주도해 1964년에 창당한 정당이다. 정당 이념으로 평화주의를 제창해 군국주의 노선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반격 능력 개념이다. 자민당은 작년까지만 해도 자위대에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부여하자고 주장했다가 공명당이 난색을 표하자 올 4월에 ‘반격 능력’으로 이름을 바꿔 제안했다. 말 그대로 적국이 일본 영토를 공격했을 때 반격하자는 것이다. 자민당은 반격하는 시점을 ‘적국이 일본에 대해 무력 공격을 하려고 착수한 때’라고 정의했다. 예컨대 상대국이 실제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더라도, 발사하려고 착수했다면 일본이 공격해도 된다는 식이다. 이 경우, 일본이 북한을 비롯한 제3국에 대한 선제 공격이 가능하다. 또 자민당은 공격 목표물과 관련, 미사일 발사기지는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적 지휘부를 공격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공명당의 현행 집행부는 반격 능력의 정의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명당의 기타가와 가즈오 부대표는 “(반격 능력은) 미사일이 발사된 것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이 개시됐을 때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공격의 낌새’를 알아챘다고 해도 멋대로 먼저 공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공격 목표의 범위도 엄격하게 명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명당은 일본이 공격용 무기를 대량 확보하는 데 거부감이 크다. 기시다 내각은 2024년에 사정거리 1000㎞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고 이른 시일 내 최대 1000기를 보유하겠다는 입장이다. 요격용이 아닌 공격용 미사일을 대량 보유하는 것이다. 공명당의 야마구치 대표는 줄곧 “공격적인 위협을 드러내는 무기는 ‘전수방위(專守防衛)’라는 헌법의 취지와 다르다”는 입장이었다. 전수방위는 자국 영토의 방어를 위해서만 무력을 쓴다는 의미다.
현재 5조엔(약 50조원)대인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인 10조엔대(약 100조원)로 대폭 증액하자는 자민당의 입장과도 공명당은 거리를 두고 있다.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 자민당 강경파는 ‘국채 발행’을 주장하지만, 공명당은 ‘현재 세입 범위 내에서 먼저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공명당의 현행 집행부 입장이 당론으로 확정되면 자민당과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공명당은 2012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민주당에서 정권을 되찾을 때부터 줄곧 연립정당을 유지해왔다.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립여당을 구성하지 않으면 중의원에선 겨우 과반을 넘고 참의원에서는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일본 정계는 다음 달 25일로 예정된 공명당의 당대회에서 야마구치 대표의 재선임 여부가 당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공명당이 쉽게 자민당 편을 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2015년에 자민당이 집단적 자위권의 명기를 관철할 당시 공명당이 (전면 반대가 아닌) 일부 수정하는 수준에만 머물렀다가 지지 기반인 창가학회 회원들이 항의 시위는 물론이고 연이어 탈당하는 내홍을 겪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