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일본 구마모토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모습./AFP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아기를 출산한 산모 정보를 외부에 일절 공개하지 않는 ‘비밀 출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발표한다. 가이드라인만 준수하면 병원에서 비밀 출산을 해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셈이다.

‘나이미쓰(內密·비밀) 출산’으로도 불리는 비밀 출산은 임신부가 자신의 개인 정보를 병원 담당자 한 명에게만 알리고, 아기를 낳는 방식이다. 진료 카드에는 가명을 기입하고, 정부는 산모 정보를 취득하지 못한다.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한 여성이 낙태하지 않고 안전한 환경에서 아기를 낳아 입양을 보내거나, 보육원에 맡길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이나 호적법상 위법 소지가 있고, 아기 입장에서는 부모를 알 권리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가이드라인 제정에 대해) 관련 단체 등에서 강하게 요청해 가능한 한 빨리 공식적으로 인정할 방침”이라며 “아기의 알 권리나 진료상 문제, 호적 부여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가이드라인은 비밀 출산을 진행하는 병원이 산모에게 ‘태어날 아이가 자신의 출생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도록 할 예정이다. 병원은 아기 부모의 성명 등 신상 정보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책임도 져야 한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예외적으로 지자체가 직권으로 출생아 호적을 만들 수 있다. 의료법은 의료기록카드를 실명으로 쓰도록 규정하지만, 비밀 출산의 경우 가명도 허용할 전망이다.

일본에서 비밀 출산 논란은 2019년 구마모토현 지케이병원이 산모의 익명을 인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당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10~20대 여성들이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홀로 출산하고, 아이를 보육원에 몰래 맡기는 ‘독립 출산’이 사회문제가 됐다. 이후 이 병원은 지난 연말 실제로 10대 여성의 비밀 출산을 도왔다. 일본 첫 사례였다.

가이드라인과 관련, 부모의 신상 정보를 지금처럼 병원에서 관리할지를 두고 공적 기관이 보관해야 한다는 입장과 산모의 익명성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병원에 두는 게 맞는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법률 개정이나 제정 없이 가이드라인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고 있지만, 일부에선 위법 책임을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독일은 2014년 비밀 출산을 법제화했다”며 “산모 정보를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고, 열람 권한은 아이에게만 인정하는 방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