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부 경찰이 지난해 7월 양어머니 살해 혐의로 지난 25일 다카이 린(28)을 체포했다. 사진은 린이 사건 이후 한달여 만에 소셜미디어에 올린 람보르기니 자동차를 타고 여행하는 모습이다./페이스북

지난해 일본 오사카의 한 자택 욕조에서 50대 자산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 그의 양아들이 양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1년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29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 후지뉴스네트워크(FNN)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5일 다카이 나오코(사망 당시 54)씨 살인 혐의로 다카이 린(28)을 체포했다.

앞서 나오코씨는 지난해 7월22일 오사카부 다카쓰키시에 위치한 자택 욕실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익사였다. 발견 당시 나오코씨 양 손목에는 압박 밴드로 묶인 것 같은 흔적이 있었다.

사건은 당초 사고사로 보이는 듯 했으나 경찰은 지난 2월부터 타살 사건으로 확신했다. 특히 경찰은 나오코씨의 양아들 린을 수상하게 여겼다.

린은 사건 한달여 전 실직했지만 도쿄 시내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해왔다. 린의 소셜미디어에는 고가 수입차와 명품 브랜드 제품으로 치장하고 고급 음식점에 드나드는 모습이 수차례 올라왔다. 양어머니가 사망한 지 한 달이 지난 무렵에도 그는 수억원대 슈퍼카인 람보르기니의 무르시엘라고를 몰고 후지산을 여행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지인들에게는 “외환 거래로 돈을 벌고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린의 수상한 행적은 보험금 수령 신청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린은 대학 졸업 후 외국계 생명보험회사에 근무했다. 실적을 높이기 위해 고객 동의 없이 다른 보험 계약을 진행하는 등 문제를 일으킨 린은 2020년 6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회사에 재취업했다. 이직 후에도 비슷한 계약 문제를 일으킨 린은 지난해 4월쯤 퇴사를 하게 됐다.

나오코씨도 보험일을 하다 처음 만나게 됐다. 나오코씨 앞으로는 보험금 5000만엔(약 4억8000만원)과 1억엔(약 9억7000만원)을 받는 2건의 보험이 가입돼 있었다. 린은 사건이 일어나던 해 2월 나오코씨에게 입양됐고, 린은 같은해 5월 나오코씨 보험 중 수령액 5000만엔 짜리 보험계약 수취인을 자신으로 변경했다. 이후 린은 사건이 일어난 바로 다음날 1억엔짜리 보험계약 수취인을 변경하려 했으나, 변경 경위가 석연치 않다며 보험사가 지급을 보류했다.

린은 결국 나오코씨 명의로 된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했지만 1억엔 가량의 유산을 상속받게 됐다.

이 같은 정황에도 1년이 지난 후에야 린이 체포된 건 경찰이 증거를 확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린은 사건 당일 도쿄의 자기 집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린의 휴대폰도 도쿄 집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사건 당일 린의 집에서 나오코씨의 집까지 오는 경로의 CCTV 영상을 샅샅이 훑었다. 이 과정에서 여장을 한 남성의 수상한 모습들을 포착했다. 린으로 보이는 남성은 이날 여러 차례 복장을 바꿨고, 나오코씨 집을 방문한 것으로 보이는 모습도 포착했다.

경찰은 린이 실직 후 생활이 궁핍해지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지난 27일 린을 검찰에 송치했다. 린은 현재 사건과 관련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