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도쿄 부도칸에서 열릴 예정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총리의 국장(國葬)에 대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조의(弔意)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국장을 반대하는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본 언론 사이에서는 아베 국장 문제가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6시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시민 4000여명이 모여 아베 전 총리의 국장 개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아베 국장 반대’ ‘국장에 세금을 쓰지 마라’ 등의 피켓을 들고 정부를 규탄했다. 시위대 중에서는 아베 전 총리가 생전에 추진한 군국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포함돼 있었다. 일부 시위대는 아베 전 총리의 사학비리 스캔들에 대한 진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이달 27일 도쿄 시내에 있는 부도칸홀에서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이곳에서는 3부요인과 국회의원, 해외 요인 등 약 6000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국장 당일에는 일반인을 위한 헌화대도 설치된다.
하지만 여론은 아베 국장에 대해 반대가 더 우세한 상황이다. 지난달 20~21일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 결과 아베 국장 반대가 53%를 기록, 30%에 불과한 찬성을 크게 앞섰다. 이후 기시다 총리가 31일 기자회견에서 “조의를 강제하지는 않는다”면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 대해 쏟아지는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답변할 책임이 있다”면서 “성실한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야당에서 지적한 아베 전 총리 국장에 대한 반대 논리에 대한 대응 성격의 답변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지적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기시다 총리의 기자회견의 발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널리 퍼지니깐 답변을 내놓는 것 같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대론자들 사이에서는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을 치르는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알려진 2억5000만엔(약 24억4400만원)의 경비 외에 추가 비용이 소요되며, 이 내역이 불투명하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마스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당초 알려진 2억5000만엔의 국장 경비에는 보안 경비 비용과 기타 제반 비용이 제외된 수치라면서, 추후 자세한 내역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장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각국 왕실, 국가 원수 등으로부터 (아베 전 총리의) 장례에 참석하겠다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면서 “이러한 추모와 애도에 대해 정중히 답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국장을 치르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최근 불거진 통일교와의 유착 문제에 대해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아베 전 총리의 암살 이후 통일교와 자민당의 커넥션이 불거지면서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것에 따른 반응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정치가는 문제가 있는 조직과의 관계에 늘 조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면서 “통일교와의 관계를 끊는 것을 당의 정책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최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에 대한 여론의 지지율은 47%다. 이는 지난 7월보다 10%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라고 로이터는 짚었다. 마이니치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36%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