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이 이지스급 최첨단 구축함 확보 경쟁에 일제히 뛰어들고 있다. 이지스급 구축함은 해상 전투는 물론, 핵·탄도미사일과 전투기에 대한 탐지·추적·격추, 지상 목표물 타격 등 육·해·공 전투 능력을 모두 보유해 현대전에서 ‘게임체인저’로서의 위상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1일 “재무성이 오늘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해상자위대가 요구한 신형 이지스 시스템 탑재함 관련 예산이 정식으로 편성됐다”며 “이에 따라 오는 2028년까지 최첨단 이지스 구축함 2척을 확보한다는 계획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고 말했다. 일본은 현재 8척의 이지스 구축함을 보유하고 있는데, 6년 후에는 총 10척으로 늘어나게 된다.

한·중·일 최신 이지스급 구축함

일본의 신형 이지스함은 배수량이 2만t으로 한국과 중국의 이지스급 구축함을 압도할 전망이다. 한국이 지난달 진수한 차세대 이지스함인 정조대왕함은 배수량이 8200t급이다. 중국이 최근 8척을 확보한 055형 구축함은 1만2000t급이다. 한 해군 전문가는 “배수량 2만t급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구축함이 될 것”이라며 “기존 구축함의 전투력을 크게 뛰어넘는 무장을 장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보유한 이지스함도 9600t 정도이다. 일본 언론도 “신형 이지스함은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전투 함정 중 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의 신형 이지스함은 최근 게임체인저급 무기로 부상하고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 능력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신문은 “해상자위대는 내년 이 신형 이지스함 건조에 착수, 2027년과 2028년에 각각 한 척을 진수한다는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요격 미사일 시스템을 포함해 총 5000억엔(약 5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25척의 이지스급 구축함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은 현재 랴오닝성 다롄시에서 최신형 구축함 5척을 동시에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이들 구축함 건조 현장을 찍은 사진들이 올라왔다. 2척은 함체가 거의 완성됐고 갑판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또 상하이시에 있는 조선소에서도 최소 1척의 구축함이 건조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프랑스의 해군 전문지 네이벌뉴스는 “이지스급 첨단 구축함 6척이 조만간 중국 해군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건조 중인 구축함은 기존 052D형보다 전장을 5m 더 길게 개량한 052DL형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지난 7월 4번째 이지스함인 정조대왕함을 진수했다. 기존 세종대왕함급(7600t)보다 커졌을 뿐 아니라, SM-6 대공미사일 등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도 갖췄다. 레이더 탐지 거리 1800㎞에 최대 1800여 개의 목표물을 탐지·추적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정조대왕함급 이지스함을 2척 더 확보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28년에는 총 6척의 이지스함을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한·중·일 3국이 경쟁적으로 이지스급 구축함 도입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는 이 전투 함정이 갖는 전략적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중국해는 물론, 대만해협과 동해·서해를 둘러싸고 세 나라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이지스급 구축함이 보유한 전투력이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경우,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전력에서 이지스함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즉,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탐지하고 추적한 뒤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체계(MD)’의 핵심 축 중 하나가 바로 이지스 구축함이다.

최신 이지스 구축함은 육지에 대한 장거리 타격 능력도 크게 강화하는 추세이다. 일본 신형 이지스함의 경우, 특히 사거리가 1000㎞에 달하는 함대지 미사일을 장착할 계획이다. 먼바다에서 지상 목표물을 정밀 공격하는 무기 체계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 일본은 100㎞였던 미사일 최대 사거리의 연장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신형 구축함 확보와 함께 현재 3척인 항모를 오는 2035년까지 6척으로 늘리는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해상 전력은 이미 양적 측면에서 미군의 극동 지역 해군을 앞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 방위백서에 따르면 중국 해군 함정의 총 중량은 224만t으로, 한국(28만t), 일본(51만t), 미 제7함대(50만t), 대만(20만t)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