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역대급 대형 태풍으로 몸집을 키워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영향권에 들어간 일본에서 벌써부터 태풍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아날로그식 재난 방송이 국내 네티즌들 사이 화제다.

3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엔 ‘일본 힌남노 특별 재난 방송’이란 게시물이 올라왔다. 여기엔 일본 방송사 ANN의 힌남노 관련 뉴스 영상이 담겼다.

일본 ANN 재난방송에서 제 11호 태풍 '힌남노'가 다른 열대저기압을 흡수하는 모습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직접 손으로 구름 모형을 옮기고 있다./ANN

영상을 보면 진행자가 화면에 띄운 힌남노 진로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곧 화면은 바뀌고 해상 위에 힌남노와 또 다른 열대저기압 구름 모습이 표시돼 있다. 이 역시 그래픽 화면처럼 보였으나 곧 진행자가 손으로 직접 이 구름들을 옮겨 하나로 합친다.

일본 기상 예보관이 지난달 31일 ANN 뉴스에서 11호 태풍 '힌남노' 향후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ANN

이는 지난달 31일 방송된 태풍 재난 뉴스로, 이날 뉴스에는 기상 예보사 이마무라 료코씨가 스튜디오로 나와 힌남노 이동경로와 영향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마무라씨는 힌남노가 남쪽을 향해 내려가는 특이한 진로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 이유로 ‘힌남노’ 아래쪽에 위치한 열대저기압을 들었다.

이마무라씨는 “이 열대저기압이 태풍의 진로에 영향을 미치면 그렇게 될 수 있다”며 해상 위에 구름 2개가 띄워진 곳으로 손을 옮겼다. 이어 “아래쪽 열대저기압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위쪽 태풍이 끌어 당겨지는 형태가 됐다”며 “아래쪽 열대저기압이 없었다면 이 태풍은 서쪽으로 이동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구름을 직접 손으로 옮겼다. 이마무라씨는 “태풍이 아래쪽 열대저기압으로 내려오면서 열대저기압의 세력이 약해지고, 태풍이 이를 잡아먹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힌남노 쪽으로 열대저기압 구름을 집어 넣어 하나로 합쳤다.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선 “왜 컴퓨터그래픽을 안 쓰지?” “일본은 아날로그를 좋아한다더니 재난 방송도 이렇게 하네” “개그 프로인가” 등의 반응이 나온 한편 “구름도 귀엽게 잘 만들고 오히려 이해하기 쉽다” “두 구름이 합쳐지는 거 아이디어 좋다” “직관적이라 남녀노소 모두 이해하기 쉽고 좋아보인다” 등의 반응도 잇따랐다.

일본 네티즌들도 이 ‘구름 합체’ 방식에 관심을 보이며 “디지털보다 알기 쉽고 뭔가 귀엽다” “알기 쉽게 설명해줘 감사하다” “그림인 줄 알았는데 손으로 움직여서 하는 이 설명, 좋다” 등 반응을 보였다.

태풍 '힌남노'가 열대저압부를 흡수하는 순간의 위성 영상. /@zoom_earth 트위터

일본 방송에서 설명한 ‘구름 합체’ 현상은 실제로 벌어졌다. 힌남노는 지난 1일 제23호 열대저압부를 흡수해 몸집을 불렸다.

이날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본 오키나와는 이미 지난달 30~31일부터 힌남노 영향권 안에 들면서 목조주택의 지붕과 벽 일부가 날아가 파손됐고, 도로 가로수가 쓰러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몸집을 불린 힌남노는 역대급 세기로 북상 중이다. 기상청은 힌남노가 오는 6일 경남 남해안으로 국내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