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 절반 이상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國葬)을 반대함에 따라 자민당 정권이 곤경에 빠졌다. 두 달 전 아베 전 총리가 암살당한 직후에는 애도 분위기가 높았지만 국장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아베 전 총리 국장을 해야 하느냐”는 냉정한 평가가 훨씬 커진 것이다.
12일 아사히신문은 10~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국장을 반대한다는 응답자가 56%로, 찬성(38%)을 앞섰다고 보도했다. 앞선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이달 2~4일)에서도 반대(56%)가 찬성(38%)보다 훨씬 많았다. 일본에서 진보와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두 신문에서 똑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반대 여론은 국장이 다가올수록 더 거세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의 직전 여론조사(8월 말)에선 반대가 50%였는데 2주 만에 6%포인트가 늘었다. 요미우리신문도 8월에는 국장 찬성(49%)이 반대(46%)보다 우위였지만 한 달 만에 역전됐다.
아베 국장 반대 여론과 함께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도 함께 추락하고 있다. 기시다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1%(아사히신문 조사)로 급락해 ‘지지하지 않는다’(47%)보다 낮았다. 지지도 하락은 실제 선거에도 영향을 미쳐 지난 11일 치러진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에서 입헌민주당 등 야당이 추천한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여당이 추천한 사키마 아쓰시 후보를 6만표 이상 큰 표 차로 승리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8일 국회에서 NHK가 생중계하는 가운데 3시간 동안 아베 국장의 당위성을 주장했지만 여론은 요지부동이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장례식을 내각합동장이 아닌, 국장으로 하는 이유에 대해 “해외에서 보내온 숱한 경의(敬意)와 조의에 예의로 응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돌파 카드로 ‘조문 외교’를 강조한 것이다.
현재는 반대 여론이 우세하지만 27일 국장 때 해외 각국의 수반들이 도쿄에 모이면 여론 반전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G7(주요 7국)의 정상 가운데 캐나다 총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조문차 일본을 방문하지 않을 예정이다. 미국은 해리스 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고, 우리나라에서도 한덕수 총리가 참석한다. 심지어 전직 G7의 수장으로 아베 전 총리와 오랜 기간 외교 파트너였던 독일 메르켈 전 총리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방문 여부가 불투명하다. 2000년 오부치 전 총리의 내각합동장 당시에는 당시 클린턴 미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등 주요 국가 수반이 장례식에 직접 참석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국장도 자민당 정권으로서는 악재다. 19일 엘리자베스 여왕의 국장에는 아베 전 총리 국장에는 참석하지 않는 주요 국가 수반들이 대부분 참석할 예정이어서 비교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국장의 역풍은 기시다 정부로서는 예상치 못한 오산이었다”며 “이제는 국민에겐 국장 때 묵념이나 조기 게양을 강제하지 않겠다는 유화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론은 냉담하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