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장(國葬)이 27일 도쿄의 부도칸(武道館)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완강 중국 부주석 등 해외 인사와 일본 내 정치·경제·문화계 주요 인사 등 4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일본 역사상 최장인 8년 8개월간 재직한 아베 전 총리는 민주당에 뺏긴 정권을 다시 찾아와 6차례의 중의원, 참의원 선거에서 모두 승리, 일본 보수의 심장으로 불린다. 지난 7월 구 통일교와 자민당 간 유착에 원한을 가진 전 자위대원의 총탄을 맞고 암살됐다. 아베 전 총리 국장은 전후(戰後) 총리로서는 1967년의 요시다 시게루 총리에 이어서 두 번째다.
장의위원장을 맡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추도사에서 “아베 전 총리는 29년 전인 1993년에 중의원 초선으로 함께 정치를 시작한 동기”라며 “우리 세대의 기수로서 전후 정권 탈피라는 신념을 가지고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했고 국민투표법을 제정해 헌법 개정을 향한 기반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일본과 세계가 나갈 방향을 보여주는 나침반으로서 앞으로도 10년, 아니 20년 더 활동할 것으로 확신했었다”며 “앞으로 일본은 당신을 그리워할 것”이라고 했다.
국장에 참석한 해외 인사와 조문 외교에 나선 기시다 총리는 이날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와 연이어 면담했다. 전날엔 해리스 미 부통령, 베트남 응우옌쑤언푹 국가주석과 만났다. 28일엔 한덕수 총리,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 등을 만날 예정이다.
아베 국장은 찬반 여론이 극단적으로 갈린 가운데 진행됐다. 인근에 마련된 일반 조문객 헌화대에는 하얀 국화를 든 일본인 수천 명이 밀려들었다. 구단시타에서 2㎞ 떨어진 일본 국회도서관까지 보도의 양쪽을 조문객이 가득 채웠다. 최소 4㎞가 넘는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야마가타현에서 온 후쿠하라(48)씨는 “일본을 이끌었던 정치인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서 어제 도쿄에 왔다”고 말했다. 이바라키현에서 온 30대 여성은 “일본을 위해 고생한 아베 전 총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헌화하는 사이트에 40만명 이상의 네티즌이 참여했다.
그러나 조문 행렬에서 약 300m 떨어진 일본국회의사당 앞에는 2500여 명이 집결해 아베 국장 반대 집회를 열었다. 또 치요다구 주변 도로에는 약 700명이 “아베 국장 반대”를 외치며 행진하기도 했다. 이 집회에서 한 일본인은 “여론조사에서 국민 60~70%가 아베 국장을 반대하는데 기시다 정권이 멋대로 국장을 진행했다”며 “아베 국장은 국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가노현에서 온 우시코시(77)씨는 “아베 총리가 성과라고 주장하는 ‘3개의 화살’도 노동자의 임금을 올린 게 아니라, 대기업에 돈만 벌어줬다”고 말했다. 시즈오카에서 온 70대 남성인 이케다씨는 “아베 전 총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국회에서 여러 차례 거짓말했고 각종 스캔들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의 62%가 아베 국장을 반대한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