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일 임시국회 소신 표명 연설에서 “한국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응할 때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 “국교 정상화 이래 구축해 온 우호 협력 관계의 기반을 토대로 일·한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고 더욱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다”며 “한국 정부와 긴밀히 의사소통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5월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의 메시지를 보내는 가운데 일본 정부도 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시다 총리는 올 1월 정기국회의 시정방침 연설 때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기시다 총리는 당시 “중요한 이웃 나라인 한국에 대해서는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만 짧게 언급했다. 일본은 한국 재판부가 2018년 10월 일본 기업에 대해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내린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란 입장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때 ‘국제법을 어긴 한국이 문제를 시정하라’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임시국회 연설에선 부정적인 문구를 삭제한 대신 ‘한일의 건전한 관계’와 ‘긴밀한 의사소통’을 언급함으로써 윤석열 정부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북한과 관련, “가장 중요한 과제인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고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서기와 직접 마주할 결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2002년) 북·일 평양선언을 토대로 납치, 핵, 미사일이라는 현안을 포괄 타결해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북한과 국교 정상화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도 했다.
중국에 대한 견제와 일본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입장도 피력했다. 기시다 총리는 “‘우크라이나는 내일의 동아시아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는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반복해 호소해왔다”며 “동·남중국해를 포함한 일본 주변에서도 안보 환경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으며, 일본의 영토, 영해, 영공을 단호히 지켜내기 위해 억지력과 대처력을 강화하는 게 최우선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을 포함해 국민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현실적 검토를 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