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전력이 지난 2년간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를 ‘시찰 투어’에 참가한 1300여 단체에 공개하는 과정에서 눈속임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와 세슘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측정기를 건네 오염수를 측정하게 한 뒤,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보여주면서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홍보했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내년 4월부터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할 예정이다.
3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2020년 7월부터 지금까지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한 1300여 단체, 1만5000여 명에게 오염수 방사선 수치를 직접 측정하게 하는 홍보 이벤트를 벌였다. 문제는 이때 지급한 선량계(線量計·방사선량을 측정하는 장치)가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를 감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선량계는 삼중수소가 방출하는 방사선인 베타선에 반응하지 않았다. 이 선량계는 또 다른 방사성 물질인 세슘에 반응하긴 했지만, 기준치(90베크렐)를 훨씬 넘는 고농도가 아니면 여전히 ‘방사선 없음’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도쿄신문은 “도쿄전력의 선량계를 사용해 기준치의 약 19배에 달하는 세슘이 함유된 물을 측정했지만, (방사선 검출) 반응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2011년 폭발 사고 때 녹아내린 핵연료를 냉각하는 데 쓰인 물로, 현재 원전 부지 내 1000기 이상의 탱크에 약 131만t이 보관돼 있다. 도쿄전력은 이런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해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 물질을 대부분 제거했다며, 더는 오염수가 아닌 ‘처리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내년 4월부터 이 물을 해양 방류할 계획이며, 방출 직전 바닷물과 희석해 마지막 남은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의 농도를 일본 배출 기준의 40분의 1 이하, 세계보건기구(WHO) 식수 기준의 7분의 1 이하로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도쿄신문은 “후쿠시마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앞두고 이미지 조작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