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맞아 주일한국문화원이 개최한 ‘한일 교류 작문콘테스트 2022′와 ‘한글 캘리그래피 공모전’에 총 3663건이 응모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주일한국문화원이 9일 밝혔다. 한글 작문 부문에는 3217점, 캘리그래피 부문에는 446점이 응모했다.
작문 부문 최우수상은 후나하시 히로노부(53)씨가 쓴 ’한국어 강사의 우울과 몽상’이 차지했다. 판문점과 휴전선이 사라지고 군사분계선을 산책하는 날이 오길 꿈꾸며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이야기다.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과 한일 갈등에 대한 걱정을 ‘러브레터’로 재치 있게 표현한 에세이 ‘러브레터’를 쓴 곤 미나(20)씨가 우수상을 받았다.
일본 여자축구 대표팀의 닛타 모에카 선수도 가작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태극낭자와 나데시코 재팬을 이어준 치킨 한 조각’이란 글에서 닛타 선수는 “골망을 흔들면서 한국어 공부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 일본 땅에 몇 명이나 될까. 얼마 없을 것 같은 숫자에 내가 들어 있어 뿌듯하다”고 썼다. 그는 3년 전 한일전을 앞둔 전날, “태극낭자 여러 명이 우리 방을 방문해 ‘치킨하고 콜라가 있는데 혹시 먹을래요?’ 하고 나누어 주었다. 라이벌인 우리에게”라고 썼다. 치킨과 태극낭자들의 배려 덕분에 원정 경기의 긴장감이 풀렸고 다음 날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펼쳤다. 당시 경기에서 승리한 닛타 선수는 “미안, 태극낭자!”라고 썼다. 그는 “3년 동안이나 시합을 못 한 우리지만 언젠가 다시 만나 같이 땀을 흘리고 싶다”며 “치킨 한 조각으로 시작된 감동을 한국과 일본 모든 분과 같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했다.
에세이 중고생 부문의 최우수상은 다소 무거운 주제인 전쟁과 평화를 다룬 ‘데이지 화단’이었다. 야마구치현립 야마구치고등학교에 다니는 구보 나오카 학생이 쓴 이 글은 “평화가 뭘까?”라는 화두를 던졌다. 구보 학생은 “이 세상은 평화인 줄 알았다”며 “때로는 뒹굴뒹굴하는 것, 한국어 공부하는 것, 내 편이 있는 것...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이라고 썼다. 그는 “이 세상의 화단이 데이지로 넘쳐날 때까지, 우리 서로 데이지꽃을 건네자”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지 않고도, 평화를 얘기한 대목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글 캘리그래피 공모전’에는 단어가 갖는 의미와 성격을 회화적으로 풀어낸 작품 ‘응시’(존 깁슨, 32)가 최우수상, 한글의 모음을 오이 그림으로 절묘하게 나타낸 90세 할머니 가와구치 요시에(90)의 작품 ‘오이’가 우수상을 받았다. 16세인 모토하나 하나씨가 하늘과 종이비행기를 겹치는 역동성 속에 써넣은 ‘가자’라는 캘리그래피도 입상했다.
주일한국문화원은 오는 15일까지 수상작인 에세이 49점과 캘리그래피 26점을 도쿄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전시할 계획이다. 공형식 주일한국문화원장은 “한국 문화를 아끼는 일본인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며 “한일 관계가 나아지길 바라는 소중한 마음이 한일의 많은 정치인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