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오르골 시장의 90%를 장악했던 일본 기업이 143만엔(약 1400만원)짜리 초고가 신제품을 내놨다. 오르골은 태엽을 감아 돌리면 둥근 통에 튀어나온 돌기가 진동판을 튕겨 소리를 내는 장치다. 음악 시장에서 카세트테이프와 LP는 물론이고 CD까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금, 혁신 제품을 앞세워 ‘오르골 부활’에 나선 것이다.
5일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밀부품기업 니혼덴산산쿄가 차세대 오르골 ‘오르페우스 가나타’를 출시했다고 보도했다. 1946년 오르골 제조사로 창업한 니혼덴산산쿄는 현재 정밀 기계 부품 분야에서 매출 1조원을 올리고 직원 수가 1만2000여 명에 달하는 대기업이다. 오르골 시장이 거의 사라진 뒤에도 꾸준히 신제품을 내놓더니, 이번에는 기술적 한계를 넘어선 차세대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그동안 오르골은 기껏해야 한 곡이나 두 곡밖에 연주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주 시간도 길어야 수십 초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르페우스 가나타는 디지털로 수록된 노래 데이터에 따라 둥근 통의 돌기들이 그때그때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돌기를 튕겨서 내는 소리는 40개 음정에 달한다. 다양한 조합 덕분에 총 150곡을 연주할 수 있다. 페라리 자동차와 신칸센 열차를 디자인한 일본의 유명 산업디자이너 오쿠야마 기요유키가 안이 훤히 보이는 오르페우스 가나타를 디자인했다. 소리를 증폭하는 나무 공명대는 명품 목공회사인 덴도목공이 제작했다.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박물관에 전시할 기념품이 아니라 실제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니혼덴산산쿄 측은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아날로그 회귀라는 트렌드에 맞춰 고소득 남성을 타깃으로 했다”며 “오르골 시장을 다시 한번 활성화할 전략 상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