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024년부터 개인에 대한 투자 비과세 혜택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린다. 예금 통장에 묶인 현금을 투자 시장으로 끌어내 개인의 자산 소득을 키워주겠다는 방안으로, 특히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노년층에게 든든한 돈주머니를 채워주겠다는 것이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에서 개인의 최대 납입 한도를 현재 800만엔에서 1800만엔(약 1억7200만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내년도 세제 개정안에 포함했다. NISA는 개인의 자금을 받아 채권과 같은 자산에 투자한 뒤 이익을 돌려주는 상품으로, 소위 ‘만능통장’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비슷하다. 매달 돈을 넣는 적립식과 여윳돈을 일시금으로 넣는 일반형이 있다. NISA는 이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투자 상품과 구별된다.

일본 정부는 NISA의 연간 납입 상한액을 대폭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적립식은 현재 40만엔에서 120만엔으로, 일반형은 120만엔에서 240만엔으로 올린다. 비과세 혜택을 내세워 예금 통장에서 잠자고 있는 엄청난 돈을 투자로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일본인은 2000조엔 이상의 가계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60% 이상을 현금성 예금에 둘 정도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혜택 확대를 통해 현재 28조엔(약 270조원) 수준인 일본인의 NISA 투자액을 5년 안에 2배인 56조엔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계좌 수도 1700여 만개에서 3400만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일본 NISA와 한국 ISA의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현재 ISA의 총투자액은 17조170억원이고, 가입자는 450만7000여 명이다. ISA의 최대 납입 한도가 1억원으로 지금까지 일본보다 조금 많았지만, 일본의 세제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마저도 역전된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해 취임 이래 “세제 혜택 등 가능한 수단을 최대한 활용, 저축에 묶인 개인의 금융 자산을 투자 시장으로 끌어와 일본 국민의 자산 소득을 2배로 늘리겠다”고 강조해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19년 기준 일본의 1인당 자산 소득은 연간 1800달러 정도”라며 “미국(7900달러)의 4분의 1이고, 유럽연합(2600달러)보다도 낮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