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오는 2024년부터 수심이 5000~6000m에 달하는 태평양 해저에서 희토류를 직접 채굴하기로 했다. 희토류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전자기기와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때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핵심 광물이다. 일본은 현재 희토류 수요의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이 중 약 60%를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무기화하는 경향이 뚜렷해짐에 따라 일본이 희토류 자급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희토류 채굴과 관련한 연구 비용 60억엔(약 570억원)을 책정했다. 이 예산은 내년에 바닷속 6000m에서 퇴적물을 빨아들이는 관을 제작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오는 2024년부터 희토류 채굴이 시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희토류 채굴 예상 수역은 일본 열도에서 남동쪽으로 1900㎞가량 떨어진 오가사와라제도 미나미토리(南鳥)섬 인근 해저다. 이곳 바다 밑에는 약 10년 전쯤 희토류를 고농도로 포함한 진흙이 상당량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당시엔 관련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진흙은 해저 5000~6000m 정도에 있기 때문에 현재 일본이 보유한 기술로 당장 파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중국이 희토류 등 물자 수출을 무기로 활용하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피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이에 이곳 희토류에 대한 채굴 필요성이 거론됐고, 지난 8~9월 일본은 수심 2470m에 있는 퇴적물을 빨아올리는 실험에 성공하며 희토류 채굴 가능성을 높였다.
일본 정부는 지난 16일 각의 의결한 ‘국가안전보장전략’ 개정안에 “공급망 강화를 위해 희토류 등 중요 물자의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한다”고 명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