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오는 2025년 양자컴퓨터와 수퍼컴퓨터를 연결한 ‘하이브리드 컴퓨터’를 내놓기로 했다.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한발 앞선 미국·중국을 따라잡기 위해 독립 완성품으로서의 양자컴퓨터 이전에 수퍼컴과 협업하는 중간 단계의 양자컴퓨터를 우선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양자컴퓨터 기업인 미국 구글은 2029년 양자컴퓨터 완성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양자컴퓨터는 연산 때 양자를 활용하는 차세대 컴퓨터로, 수퍼컴퓨터보다 계산 속도가 1억 배 이상 빨라 향후 모든 테크놀로지 진화를 뒷받침할 핵심 기술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국책연구기관인 이화학연구소가 수퍼컴퓨터인 ‘후가쿠(富岳)’와 양자컴퓨터를 연결해 2025년에 하이브리드 양자컴퓨터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하이브리드 양자컴퓨터는 하나의 문제 해결에 양자컴퓨터와 수퍼컴퓨터가 역할을 분담해 각각 계산하는 방식이다. 양자컴퓨터는 엄청난 계산 속도를 가지지만 동작이 불안정해 계산 오류가 생기기 쉬운 단점이 있는데, 수퍼컴퓨터가 양자컴퓨터의 계산 결과를 정리하거나 보강하는 역할을 맡는다. 양자컴퓨터를 보완할 수퍼컴 후가쿠는 세계 2위의 연산 능력을 보유해 초당 442페타플롭스를 연산할 수 있다. 1페타플롭스는 1초에 1000조 번 연산하는 속도다.
이화학연구소는 양자컴퓨터와 수퍼컴퓨터 간 데이터를 원활하게 주고받는 기술 개발을 담당한다. 또 도요타자동차와 히타치제작소, 소니그룹 등으로 구성된 일본 양자컴퓨터협의회가 올해부터 양자컴퓨터 활용법에 대한 연구에 들어가 일본에서 양자컴퓨터의 빠른 안착을 도울 예정이다.
양자컴퓨터는 지난 2019년 구글이 당시 수퍼컴으로 1만 년 걸릴 계산을 단 3분 만에 해결하면서 차세대 컴퓨터로 급부상했다. 신약·신소재 개발은 물론이고 인공 광합성 변화 수치를 계산하거나 기후 변동 예측과 같이 지금까지 수퍼컴으로도 풀지 못한 문제를 연산할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인공지능(AI)이나 차세대 통신기술과 같은 전(全) 테크놀로지 분야는 양자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적용되는 순간, 진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진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양자컴퓨터가 2040년 최대 8500억달러(약 1080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낳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