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일본 오키나와섬에 병력 2000명 안팎의 해병연안연대(MLR)를 창설·배치하기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최근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고, 태평양과 인도양 방면으로 진출을 꾀하는 중국군을 초기에 무력화하는 전략에 돌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일 양국은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일 외교·국방 2+2 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최종 조율한 뒤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일본 측에 오는 2025년까지 오키나와현에 주둔하는 미 해병대를 개편, 난세이(南西) 제도의 수백 개 섬을 방어하는 데 최적화한 MLR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전달했다. 미국과 방위 동맹 강화를 추진하는 일본 정부도 이 같은 부대 신설·배치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MLR은 기존 미 해병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전투 부대로 탄생할 전망이다. 현 해병대가 상륙 작전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같은 육지의 대(對)테러전을 수행하는 부대였다면 MLR은 해상과 섬 지역 전투에 특화된 부대이다. 무기 체계도 달라진다. 기존 해병대는 전차와 대포, 상륙장갑차 등을 갖추고 있지만 MLR은 방공 기능과 함께 장거리 대함 미사일 등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총 3개의 MLR 창설 계획을 추진 중인데, 첫째는 작년 3월 하와이에 배치했고, 오키나와에 배치되는 MLR은 둘째 부대이다. 나머지 한 곳은 괌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MLR은 대만에서 유사 사태 발생 시 중국이 항모 전단을 앞세워 순식간에 난세이 제도 인근의 제해권을 장악하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한다. 외딴 섬에 소규모의 팀들을 분산 전개해 적군의 대규모 공격을 회피하고 적국의 함정이나 전투기를 공격해 해양에서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하도록 견제한다. 후속 부대인 미군 항모 전단과 해군 전력이 난세이 제도에 진입하기 전까지 중국 해군이 주요 섬들을 제압해 거점으로 삼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미군은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약 1만 명의 해병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MLR 창설·배치를 계기로 병력을 더 늘리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기지 확장에 대한 오키나와 주민들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대신 일본 자위대가 오키나와섬에 현재 병력 2200명의 여단을 3000명의 사단으로 확대 개편해 병력을 증강할 계획이다.
오키나와 MLR 창설로 난세이 제도에서 중국군에 대응하는 미·일 합동 전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난세이 제도는 일본 규슈에서 대만까지 연결하듯 200여 개 섬이 늘어선 곳이다. 중국 해군이 동중국해에서 태평양으로 나갈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일본은 앞으로 4~5년 내 난세이 제도에 사정거리 1000㎞ 이상인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미사일과 탄약을 비축할 무기고를 수십 동 증설하는 등 주요 섬을 요새화할 계획이다. 미국 해병연안연대는 일본 자위대와 연계 작전을 강화하는 역할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