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꽃미남’을 꿈꾸며 화장품을 쓰는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과거 ‘남자다움’의 상징이었던 짙은 수염과 체모가 고민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한 남성 전문 미용 클리닉 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 중 약 52%가 ‘레이저 시술 등 수염 제모를 하고 있거나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15~24세에서는 남성 약 77%가 ‘제모를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털을 미는 남자들이 늘면서 제모 클리닉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지난 2014년 영업을 시작한 한 남성 전문 제모 클리닉은 도쿄 도심을 중심으로 일본 전역에 22곳의 매장을 열었다. 이곳의 수염 제모 비용은 7만엔(약 66만원), 전신 제모는 46만엔(약 435만원)에 달하지만, 남성 환자 수가 9년 전에 비해 약 30배 이상 늘어 하루 평균 클리닉을 찾는 이가 20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클리닉 관계자는 “취업을 앞둔 20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40~50대 남성들도 제모를 위해 병원에 찾아온다”고 밝혔다.
제모 열풍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국민생활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8~19세로부터 접수된 상담 중 제모 관련 내용이 716건으로 가장 많았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7배 증가한 것이다. 미성년자들이 성인이 되면서 부모 동의 없이 제모 시술을 신청했다가 비용 등의 문제로 갈등을 겪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젊은 남성들의 미용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일본 남성 화장품 시장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 11일 도쿄 지요다구 다이마루 백화점 7층 한쪽의 남성용 화장품 매장엔 스킨과 로션 등 기초화장품뿐만 아니라 파운데이션, 립스틱 등 다양한 화장품이 진열돼 있었다. 이 매장 직원은 “주요 고객은 20~30대 남성들”이라며 “BTS 등 최근 인기를 끄는 한국 남자 아이돌 가수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이마루 백화점은 남성 전문 화장품 코너의 매출이 늘자 최근 매장 규모를 1.5배 넓혔다.
일본 TPC마케팅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18년 4억엔(약 37억9000만원)이었던 남성용 메이크업 용품 시장 규모는 2021년 20억엔(약 189억원)으로 5배가 됐다. 지난해엔 약 25억엔(약 236억7000만원)까지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NHK는 “소셜미디어가 대중화되면서 많은 남성이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중요하게 여기게 됐고, 이는 화장품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로 화면을 통해 본인 얼굴을 볼 기회가 늘면서 화장품에 관심을 갖는 남자들이 늘어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