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도쿄 최대 번화가인 시부야역 인근 도큐백화점. 본점 입구의 철제 셔터가 굳게 닫혀 있었다. 외부 진열대는 조명이 꺼진 채 텅 비었다. 백화점 앞 택시 정류장도 한산했다. 1967년 문을 연 이 백화점은 시부야 거리를 대표하는 쇼핑 명소로 꼽혔지만, 전날 57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았다. ‘1월 31일 영업 종료’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린 백화점 주변 곳곳에선 시민들이 건물과 매장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딸, 손녀와 함께 3대(代)가 왔다는 60대 여성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왔던 백화점인데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며 “추억이 깃든 장소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대표적인 도시형 상업시설로 꼽히는 백화점의 폐점 사태가 가속화하고 있다. 시부야 도큐백화점 본점에 이어 1970년 개점해 반세기 넘게 도쿄 서쪽에서 영업해온 다치카와시 다카시마야백화점이 같은 날 문을 닫았다. 일본백화점협회에 따르면 1999년 311곳이었던 백화점은 지난해 185곳으로 약 40% 줄었다. 지난해 전국 백화점 매출은 4조9812억엔(약 47조947억원)으로, 정점이었던 1991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백화점이 세분화·다양화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가운데 전철역 중심에 자리 잡았던 백화점이 최근 상업시설 개발 여파로 번화가에서 밀려나면서 매출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전통적인 대형 백화점은 한큐·세이부·오다큐 등 철도 회사 이름을 딴 것이 많다. 철도 기업들이 도시 개발 초기에 터미널 역할을 하는 중심 역에 백화점을 만들었고, 이곳으로 환승객과 주변 시민들이 몰려들면서 지역 활성화의 거점이 됐다. 하지만 버블기 이후 백화점은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온라인·모바일 쇼핑이 급성장했고 영화관·이벤트홀 등 다양한 문화 시설을 갖춘 대형 복합시설이 속속 등장하면서 젊은 층에게 외면받았다. 가와하라 나오키 히로시마슈도대학 교수는 “고령자를 타깃으로 삼아 젊은이들의 수요를 놓친 것에서도 백화점 쇠락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출이 격감하자 백화점을 소유한 기업들은 자산 가치 극대화를 위해 도심 상업시설을 속속 재편하고 있다. 신주쿠 오다큐백화점은 지난해 10월 재건축을 위해 문을 닫고 매장을 대폭 축소해 인근으로 이전했다. 게이오백화점 신주쿠점도 조만간 재개발에 돌입한다. 두 곳 모두 호텔과 상업시설이 입주하는 복합건물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철도역의 혼잡 해소를 위해 지하철역을 신설하는 등 교통 체계를 개편하면서 터미널 백화점의 존재감이 옅어졌다”며 “앞으로 존속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