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학 17곳이 오는 4월 첨단 디지털 기술 분야인 데이터 사이언스를 가르치는 학과·학부를 신설한다. 데이터 사이언스는 방대한 정보·자료를 분석해 새로운 해석과 결과를 도출하는 학문이다. 이번 학과 신설로 늘어나는 정원만 1900명이다. 경제·산업계에 턱없이 부족한 디지털 인재를 육성하려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정원과 자원을 뺏긴다는 기존 학과들의 반발 탓에 첨단 기술 분야 학과 신설이 지지부진한 한국 대학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의 명문 국립대인 히토쓰바시대학은 72년 만에 신규 학부인 ‘소셜데이터사이언스 학부’를 신설한다. 정원은 60명으로, 데이터의 취득·설계·관리·해석·추론을 고도화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과 데이터 추출법, 프로그래밍, 인공지능(AI), 통계학 등을 배운다.
일본은 2017년에야 시가현의 시가대학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학부’를 처음 만들었을 정도로 디지털 분야에서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첨단 학과 신설 바람이 불었고, 대학 137곳에 관련 학과가 생겨 입학 정원이 2만1600명에 달한다. 올해 여기에 17곳이 추가되는 것이다.
일본 기업 현장에선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 최대 통신 기업인 NTT가 올해 데이터 전문가 2400명 채용 계획을 발표하는 등 기업 간 데이터 분석 인재 확보전이 치열하다. 4년 전 일본 정부의 디지털 인재 전망 조사에선 당시 대학 현장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2030년에는 AI 업무와 데이터 분석, 기업 시스템 운영 등을 맡을 디지털 인재가 79만명 부족하다는 추산이 나오기도 했다. 깜짝 놀란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모든 대학생에게 초보 수준의 데이터 사이언스를 가르치고, 연간 25만명의 대학생에게 응용 수준까지 학습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학 입학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인기가 많은 첨단 기술 학과를 신설해 지원자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며 “기존 학부 정원을 축소하면서까지 데이터 학부를 신설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교토여대는 85명 정원의 데이터 사이언스 학부를 신설하며 현대사회학과 정원을 40명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