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암살당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회고록에서 “문재인은 확신범”이라며 한일 관계가 파탄된 책임이 문 전 정권에 있다고 주장했다.
8일 발매 예정인 480쪽 분량의 ‘아베 신조 회고록’에서 아베 전 총리는 “(문재인 정권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 대법원의 판단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반일’을 정권 부양의 재료로 사용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문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정부에서 징용 피해자 배상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걸 알면서도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고록은 아베 전 총리가 요미우리신문 편집위원 등에게 2020년 10월부터 1년간 18번에 걸쳐 36시간 동안 구술한 내용이 담겼다.
아베는 일본 정부의 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해 “징용공 배상 판결 이후에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않은 문재인 정권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며 “두 문제가 연결된 것처럼 만들어 한국이 징용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했다”고 썼다. 문 전 정권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에 나선 데 대해선 “감정적인 대항 조치였고 미국의 강한 압박을 초래했다”고 했다.
2018년 만난 서훈 당시 국가정보원장과의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아베는 “서 전 원장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것이고 6·25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다’ ‘김정은은 훌륭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또 “북한이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할 것이고, 일본 원조도 받을 것이라고 했지만, 어디까지가 김정은의 뜻이고 어디부터가 한국의 희망인지 몰랐다”고 했다.
2015년 위안부 피해자 합의에 대해서는 “한국이 배신해 실패했고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도덕적 우위에 서게 됐다”고 했다. 문 전 정권이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면서 국제 여론이 일본 편으로 돌아섰다고 자평한 것이다.
그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외교 안보까지 돈으로 계산하는 사업가 출신”이라며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나 미 항공모함의 동해 파견에 대해 ‘막대한 돈이 든다’며 아까워했다”고 썼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론은 처음 15분 정도만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골프 이야기와 다른 국가 정상 험담만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