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대 출신의 30대의 예일대 경제학과 조교수가 일본 경제에 부담이 되는 고령층은 집단 자살을 해야 한다고 발언해 일본 사회를 들끓게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문제의 발언을 한 교수는 올해 37세인 나리타 유스케(成田悠輔) 예일대 조교수. 그는 나중에 자신의 발언이 “문맥과 관계없이 인용됐다”며 자신은 일본의 정계ㆍ재계를 쥐고 있는 고령(高齡)의 기득권 세력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까지도 고령층에 대한 의료ㆍ복지 혜택이 일본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고령 인구가 사라져야 한다는 자극적인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의 선동적 발언에, 일본의 사회평론가들은 “나리타는 해법이 아니라, 가장 취약한 계층에 대한 증오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온라인 TV인 아베마뉴스에서 일본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고령 인구의 집단 할복, 자살이라고 주장하는 나리타 교수(오른쪽)./아베마 TV 화면 스크린샷

나리타는 2021년말 한 온라인 뉴스 프로에 나와 급속한 고령화 사회가 미치는 부담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해법은 매우 명백해 보인다. 결국 고령층이 집단 자살 또는 집단 할복을 하는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또 작년에 일본 초중고생 20명과 가진 강연에선 2019년에 나온 공포ㆍ스릴러 영화 ‘미드소마(Midsommar)’에서 스웨덴 중부의 한 마을에서 90년에 한 번씩 여름 축제를 벌이며 72세가 되는 노인들이 마을의 ‘지속적인 번영’을 위해서 스스로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는 장면을 소개했다.

영화 '미드소마'에서 한 노인이 투신하는 모습을 여주인공이 공포에 질린 모습으로 보고 있다./미드소마

그는 “이게 좋다 나쁘다, 대답하기는 힘들지만, 만약 그게 좋다면 그런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선 안락사 문제를 거론하며, 미래에는 이를 의무화하는 것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는 미국 학계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 트위터에선 57만 명의 팔로워를 갖고 있으며, 특히 일본 경제의 침체가 고령화 사회 탓이라고 믿는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전했다. 나리타는 한쪽 테는 둥글고 다른쪽 테는 네모난 안경을 자신의 시그니처처럼 쓰며, 그의 트위터 모토는 “당신이 말해선 안 된다고 하는 것들이 대개는 진실”이다.

나리타의 트위터 화면. 모토로 "당신이 말해선 안 된다고 하는 것들이 대개는 진실"이라는 일본의 경구를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일본 내에서 문제가 되자, 자신의 말이 문맥과 무관하게 잘려 인용되고 있다며, 자신은 일본 정계ㆍ산업계ㆍ문화계ㆍ언론계에서 최고령인 사람들을 리더십 위치에서 밀어내 젊은 층에게 더 활동 공간을 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단자살이나 할복은 “추상적 은유”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를 비판하는 일본 평론가들은 과거 그의 선동적 발언을 찾아냈고, 나리타의 지속적인 고령층 경시(輕視) 발언이 이미 위험한 생각을 퍼뜨렸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가뜩이나 낮은 출산율(1000명당 7.1명ㆍ한국은 6.9명, 미국은 12명)과 선진국 중 최고인 공공부채 비율(GDP 대비 263%)의 현실 속에서 나리타의 이런 발언은 일본의 사회 정책 결정과 규범에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NYT는 전했다. 실제로 일본에선 계속 증대하는 연금 부담에 대한 재정 마련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도쿄대 사회학자인 혼다 유키 교수는 “나리타의 발언들은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증오를 드러낸다”고 평했고, 기자 쿠보다 주노(마사키)는 지난 1월 인터넷 매체 다이아몬드에 “그의 말은 무책임하며, 고령화 사회의 부담에 이미 놀란 사람들은 ‘아, 우리 조부모가 바로 너무 오래 사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일본어판 칼럼니스트인 후지사키 타케히토도 지난달 18일 “나리타는 세대교체라는 맥락이라면서, 지속적으로 과격한 은유를 써왔다”며 “나리타의 팬들은 노인들은 이미 죽었어야 했고, 사회복지혜택도 감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나리타의 선동적 발언 이전에도, 일본에선 이런 노인 비하 현상이 계속됐다. 일본 총리를 역임했던 아소 다로(82) 현 자민당 부총재는 10년 전 재무상 시절에 “노인들은 서둘러서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그의 나이 72세였다.

영화 감독 하야카와 치에(46)도 작년에, 은퇴한 노인들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안락사를 자원하도록 하는 가상의 영화 ‘플랜 75’를 내놓았다. 2016년 7월에는 도쿄 인근 한 요양원의 직원이었던 한 남성이 “모든 장애인은 사라져야 한다”며 이 요양원의 환자 19명을 칼로 살해했다.

나리타 교수는 한때는 교육과 건강보험 정책에 대한 연구를 했지만, 점차 사회 선동적인 인터넷과 유튜브 채널에 모습을 드러냈다. 3년 전 일본의 경영대학원 글로비스(GLOBIS) 주최 사회보장정책 토론에선 방청객들에게 “여러분들이 차례로 할복한다면, 이건 전세계에 일본 문화를 널리 알리려는 정책인 ‘쿨 저팬(Cool Japan)’에서 최선의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네티컷대의 역사학 교수인 알렉시스 더든은 NYT에 “나리타는 “탁아 시설의 증가, 여성 노동 인구의 확대, 해외 이주노동자들 개방 등과 같이 일본 사회에 활기를 넣을 정책에는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나리타의 이 같은 견해는 개인 경험에서 비롯한 것인 듯하다. 그는 작년 2월28일 일본 노양보호시설 관련 웹사이트 인터뷰에서 자신이 19세 때부터 어머니가 동맥류를 앓아, 건강보험과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한 달에 10만 엔(약96만원)의 병원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같았으면, (고가의) 사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어머니는 방치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리타는 여기서도 자신의 집단 할복은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캐나다는 연방 상원의원 출마 자격이 75세 미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고령 인구의 투표권에 대해서도, “투표 앱을 도입하거나 (젊은) 노동 인구의 투표권을 강제 의무화해 (고령층의 투표 비중을 낮추는)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리타는 예일대 강의에선 경제통계학, 교육ㆍ노동 경제학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 그의 MIT대 박사 과정 스승이었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시 앵그리스트는 “나리타는 악간 도를 벗어나긴 했어도 유머 감각이 있었던, 재능 있는 학자”라며 “수치스럽게 다른 일에 한눈 팔지 말고, 학자로서의 유망한 경력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NYT에 말했다.

나리타는 NYT에 “집단 자살, 할복과 같은 말이 지닌 부정적 함의를 고려해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 반성 끝에, 작년부터 그런 말을 쓰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 9일 트위터에 일본경제신문과 TV 도쿄 커뮤니케이션스가 공동 운영하는 비즈니스ㆍ경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이제 출연을 끝낸다”며 “22세기에 보자”고 했다. 1985년인 그는 2100년에 115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