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도쿄에서 만난 일본 자민당의 다케이 슌스케(武井俊輔·47) 국회의원(중의원·4선)은 “일본에는 혐한(嫌韓)이 비즈니스인 사람들이 실제로 있다”며 “혐한만 말하면, TV에 출연할 수도 있고, 책도 팔리니 개인적으로 이득이 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일본인들은 왜 한국을 싫어하나’라고 묻자 그는 “한·일 관계가 잘 안되는 게 이득인 사람이 있다”고 했다. “인터넷에선 뭔가, 상대방을 내리깔아도 된다는 식이잖아요. 혐한은 곧 ‘일본을 사랑하는 사람’이란 식이죠.”

다케이 의원은 시쳇말로 ‘찐’ 국회의원이다. 일본은 세습 의원이 많은 데다, 그들이 총리·대신·부대신 등 요직을 독식하는 풍토가 강하다. 미야자키에서 여행사를 다니던 그는 미야자키현 의회에 진입했고 2012년 현직 야당 의원을 선거에서 이기고 당선됐다. 현재 외무성 2인자인 부(副)대신이다.

우리 정부가 6일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을 발표한 뒤 일본 소셜미디어(SNS)에는 이른바 넷 우익이 “한국이 제멋대로 문제를 만들어놓고 이번엔 해결했다고 생색낸다”는 글을 쏟아내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넷 우익 의견에 동조해 “한국의 징용공(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식 표현) 해결책, 안이한 대응은 문제 불씨를 남긴다”며 “기시다 정권이 한국 정부의 ‘해결 방안’을 받아들였는데, 한국의 부당한 행태에 면죄부를 주는 ‘해결책’에 순응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다”라고 썼다.

넷 우익의 논리에는 ‘나’밖에 없다. 아베 전 총리가 반도체 소재의 수출을 규제한 건 정당하니 한국은 왈가왈부 말고 일본이 정한 대로 따라야 하고, 다케시마(독도를 부르는 일본의 표현)는 일본 땅이니 한국은 실효 지배에서 손을 떼야 하고, 한국의 전후 경제성장도 일본 덕분이니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것이다. 주권국가의 관계에서 이런 논리가 통할 리 만무하지만, 한국 젊은이들보다 적은 월급을 받는, 일본의 비정규직 20~30대는 향긋한 ‘국뽕’의 논리에 취하고 한때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영광을 기억하는 50~60대는 ‘좋아요’를 누른다. 혐한은 그렇게 일본 정치권을 떠도는 ‘유령’이자 강경 우익 정치인을 돕는 실질적 힘으로 존재한다. 북한의 핵 위협과 중국의 군사적 확장을 억지할 이웃 파트너를 비판만 할 뿐, 무엇이 진짜 일본을 위하는 일인지는 상관없다.

반일(反日) 감정은 혐한과 얼마나 다를까. “일본의 전쟁 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최악의 외교적 패착이자 국치다. 계묘늑약과 진배없다”는 야당 대표나 “일본에 머리를 조아린 항복 선언”이라는 윤미향 의원의 발언은 과연 ‘나라를 위한 충정’에서 나온 것인가. 다케이 의원이 말한 ‘한일 관계가 잘 안되는 게 이득인 사람’에 속해 있는 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