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기업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 해상화재보험이 다음 달부터 ‘육아휴직 응원수당’ 제도를 만들어 실시한다. 이 회사의 직원이 육아휴직을 가면, 같은 부서의 동료들에게 최대 10만엔(약 96만원)을 회사가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아이를 낳았거나 부인의 출산으로 육아휴직을 할 경우,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는 직장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도입했다. 같은 부서에서 육아휴직으로 팀원 한 명이 빠지면 다른 동료들의 일이 늘어나 불만이 생기는 것을 막자는 취지도 있다.
이 회사의 육아휴직 응원수당은 동료들이 떠맡을 부담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인원수가 작은 부서(13명 이하)에서 여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할 경우엔 동료 모두에게 10만엔을 지급한다. 여성 직원 한 명이 육아휴직을 할 때 기업은 120만엔(동료 12명분·약 1160만원)을 쓰는 셈이다. 같은 조건에서 육아휴직자가 남성일 경우, 지급액은 3만엔이다. 남성은 대체로 여성보다 육아휴직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큰 부서(41명 이상)에선 여성 휴직자가 나오면 동료들에게 1만엔을 주기로 했다. 이 회사는 “올해 목표는 600명을 육아휴직 보내고, 이에 상응하는 응원수당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남성 직원들은 주변의 눈치를 보느라 육아휴직을 사용하더라도 한 달 미만인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한 달 이상 쓰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일본에서 1년 출생자 수가 80만명 이하로 떨어지자, 민관이 출생률을 올리기 위해 ‘비상작전’에 나서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2년 출생자 수는 79만9278명이었다. 인구 통계를 시작한 1899년 이후에 처음으로 80만명 선이 무너졌다. 일본인들이 충격받은 이유는 2017년에 인구 추정 당시 출생자가 80만명 밑으로 떨어지는 시기를 2033년으로 봤는데, 실제론 11년이나 빨라졌다는 대목이다. 일본의 작년 출생자가 24만9000명(합계출산율 0.78)인 한국의 세 배 이상이고, 합계출산율도 1.27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경고등이 켜졌다고 보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올해 이차원(異次元·차원이 다름) 저출산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기시다 내각과 자민당은 현재 6조1000억엔(약 59조1500억원)인 저출산 대책 예산을 2배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출산·육아에 드는 경제적인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출산한 산모에겐 일시 지원금 50만엔을 지급하고, 아이를 보육원에 보낼 때는 비용의 절반을 지원한다.
보육원에 안 보내면 아동 1인당 월 1만5000엔을 현금으로 준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는 매월 1만~1만5000엔씩 지급한다. 자민당 내에선 젊은이들의 결혼·출산을 유도하는 초고강도 방법도 검토 중이다. 이른바 ‘학자금 면제안’이다. 결혼하면 대학 때 빌린 학자금을 절반 면제해주고 출산하면 전액 면제하는 방안이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정부와 별개로 추가 지원한다. 도쿄 세타가야구는 정부의 출산지원금과 별개로 ‘축하금’ 명목으로 47만엔을 준다. 도쿄도는 올해부터 만 18세 미만 도민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인당 월 5000엔을 줄 예정이다.
‘돈만 주는 정책으론 부족하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이른바 젊은 부모의 ‘시간 빈곤’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 빈곤은 아이를 돌보는 데 시간을 쓰느라 정작 본인의 삶과 행복에 쓸 여유 시간이 없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일본의 맞벌이 부부는 6세 미만 아이가 있을 경우 남편의 17.4%, 아내의 80.9%가 시간 빈곤에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작년 4월 기업이 출산한 직원에게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권유할 의무를 법률에 명기했다. 작년 10월엔 아빠도 아이 생후 8주까지 최대 4주간 ‘출산휴가’를 사용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올 4월부터는 종업원 1000명 이상 기업은 직원들의 육아휴직 사용 비율을 의무적으로 공표해야 한다.
일본에서 남성의 육아휴직은 2012년 1.89%에 불과했지만, 2021년엔 13.97%를 기록했다. 2020년 1월 당시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중의원)이 12일의 육아휴직을 사용한 후, 남성들이 눈치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