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오는 7월부터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 23종의 수출을 규제하기로 발표한데 대해 중국이 보복 조치에 나선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5일 보도했다. 중국이 전기차(EV)와 풍력발전용 모터 등에 필요한 고성능 희토류 자석 제조 기술에 대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출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4일밤 “일본이 중·일 반도체 산업 협력을 인위적으로 저해할 경우 중국은 과단성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도 “일본이 제기한 관련 조치는 본질적으로 개별 국가의 협박 하에서 중국에 해를 가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보복 조치의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미국이 우리나라, 일본, 네덜란드, 대만 등을 포함하는, 중국을 제외한 반도체 공급망의 확립을 주도하는 가운데 중국은 탈탄소화에 필수적인 자석의 공급망을 장악해 경제 패권에 대항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제조업 등 산업 기술의 수출 규제 관련 목록인 ‘중국 수출금지·수출제한기술목록’의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에 이런 목록의 개정안을 발표했다. 희토류를 이용한 고성능 자석인 ‘네오디뮴’과 ‘사마륨코발트’ 등을 추가하고 관련 제조기술의 수출 금지를 새롭게 포함했다.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은 올 1월말 종료했으며, 연내 개정안이 시행될 전망이다. 중국의 개정안은 수출 금지·제한과 관련, ‘국가 안보’와 ‘사회의 공익’을 목적으로 명시했다. 시진핑 정권은 자석을 경제 성장의 핵심이자 국가 안보와 관련된 전략물자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자석은 전력과 자력을 이용해 회전을 일으키는 모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전기차 뿐 아니라 항공기, 로봇 등 산업기기와 휴대전화, 에어컨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네오디뮴 자석의 세계 점유율은 중국이 84%, 일본이 15%, 사마륨코발트 자석은 중국이 90% 이상, 일본이 10% 이하로 알려져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이 제조 기술의 수출을 금지하면 자석 제조업체가 없는 미국과 유럽은 신규 진입이 어려워지며, 앞으로도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고 보도했다.
앞선 2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은 과거에 일본의 반도체 산업에 따돌림[覇凌]과 같은 잔혹한 압박을 가했는데, 이번엔 중국에 그 낡은 수법을 쓰고 있다”며 “(똑같은) 살을 베이는 고통을 겪었던 일본은 위호작창(爲虎作伥)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위호작창은 ‘호랑이를 위해 귀신이 된다’는 뜻으로, 악인의 앞잡이를 비판할 때 쓰는 고사성어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도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조치가 아니다”라며, 반도체 수출 규제에서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