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식당에서 계란이 들어간 메뉴들이 사라지고 있다. 조류 독감과 사료값 폭등 탓에 계란 공급이 크게 줄어든 데다 가격도 6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일본인은 계란을 유난히 좋아해 연간 1인당 337알을 먹는다. 1위인 멕시코(409알)에 이은 세계 2위로, 8위인 한국인보다 67알이나 더 먹는다. 우동, 소바, 덮밥, 초밥 등 달걀이 안 들어간 음식이 없을 정도다.
9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인 제국데이터가 증시에 상장한 외식 기업 100곳의 메뉴를 조사한 결과, 28개 기업이 메뉴판에서 계란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을 제외했다. 이 조사업체는 “계란 공급 부족 현상은 앞으로도 1년 이상 지속될 전망으로, 비싼 계란이 들어간 음식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계란 메뉴를 포기하는 외식 기업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중단하는 메뉴도 올 초만 해도 계란 프라이나 계란말이와 같이 계란이 주(主)재료인 음식이었지만 점차 팬케이크와 같이 일부 들어가는 음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은 이달 계란 도매가격이 1㎏당 350엔(약 35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5%나 올랐다. 1993년 이후 가장 비싼 가격이다.
계란 메뉴를 포기한 외식 기업은 대부분 합리적인 가격대를 내세운 프렌차이즈다. 500~1000엔(약 5000~1만원) 정도면 한끼 식사가 가능한 일본 우동 전문점인 마루카메제면은 온천달걀, 오야코동, 계란우동 등을 메뉴에서 제외했다. 일본 가족들이 외식할 때 많이 찾는 패밀리레스토랑인 사이제리아는 치즈 위에다 반숙 계란을 2개 올리는 메뉴인 ‘지옥의 계란’을 중단했다.
패밀리레스토랑인 가스트는 다른 음식을 시킬 때 토핑으로 제공하던 계란프라이를 중단했다. 중국집 프렌차이즈인 ‘버미얀’은 텐신볶음밥을 메뉴에서 제외했다. 텐신볶음밥은 볶음밥 위에다 두툼한 계란말이를 올린 음식이다. 일본맥도날드는 지난달부터 일부 점포에서 맥모닝(에그샌드) 판매를 중지했다. 맥모닝은 계란을 햄버거 사이에 끼운 음식이다. 이 신문은 “일부 외식업체들은 계란 부족 장기화에 대비해 계란을 조금만 쓰는 메뉴 개발에 나선 상황”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