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일본 보궐선거에서 중의원에 당선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조카 기시 노부치요(岸信千世·31). /기시 노부치요 인스타그램

23일 열린 일본 보궐선거의 당선자 5명 가운데는 작년 7월 유세 도중 피격당해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조카인 기시 노부치요(岸信千世·이하 노부치요)가 포함됐다. 일본 최고 정치 명문가를 이을 31세의 정치 신인이 탄생한 것이다.

노부치요는 이번에 자민당 소속으로 야마구치 2구에 출마했다. 상대는 민주당 정권에서 법상(법무부 장관)을 지낸 데다 나이가 2배 넘게 많은 무소속 히라오카 히데오(69) 전 중의원. 노부치요가 6만1369표(52.47%)를 얻어 5만5601표(47.53%)에 그친 히라오카 후보를 5768표(4.94%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노부치요는 24일 “야마구치현을 위해서, 그리고 일본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노부치요는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증손자이자, 전 방위상인 기시 노부오의 아들이다. 그의 증조숙부는 ‘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내세운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다. 그의 아버지이자 아베 신조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가 외가인 기시 가문으로 양자 입적되면서 정치 명문인 양가에 걸친 가계도가 만들어졌다.

노부치요는 지난 2월 아버지가 건강 악화를 이유로 의원직을 사퇴한 지역구(야마구치 2구)에 당선됐다. 그는 이번에 ‘전(前) 후지TV 사회부 기자’와 ‘(아버지인) 기시 노부오 중의원의 비서관’을 경력으로 내걸었다. 그는 출마 초기 인터넷에 전직 총리 3명이 포함된 가계도를 스스로 게재했다가, 네티즌들로부터 ‘세습 정치를 자랑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기시·아베 가문의 정치적 기반인 야마구치현에서 후광을 업고 출마했음에도 박빙 승부였다는 분석이 있다. 노부치요에 패한 히라오카 전 의원은 이번에 “정치 세습을 끊기 위해 출마한다”며 무소속 후보로 나섰고 입헌민주당·일본유신회 등 다른 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아 일대일 대결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