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간사이(關西)에 있는 효고현 도요오카시(市)는 이달 초 수도 요금을 평균 17% 인상했다. 한 달에 20㎥를 쓰는 3~4인 가족의 경우, 상수도가 전보다 21% 올라 3256엔(약 3만3000원)이고, 하수도 요금까지 포함하면 매달 6000엔(약 6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상수도 사용량이 평균 10㎥ 정도인 1인 가구는 38%나 올라 1881엔(약 1만9000원)을 낸다.

지자체별로 수도 요금을 따로 매기는 일본에서는 최근 몇 년 새 요금 인상이 줄을 이었다. 작년 1월엔 후쿠오카현 이즈카시가 35%를 인상했고, 같은 해 7월 홋카이도의 아사히카와시가 14.9% 올렸다. 2021년 1월 사이타마현의 가와구치시가 25%, 7월에는 요코하마시가 12%를 각각 올렸다. 시(市)보다 작은 촌(村)이나 정(町) 단위까지 보면 인상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예컨대, 시즈오카현 내 시·촌·정 35곳 가운데 40%인 14곳이 지난 3년간 요금을 올렸거나 조만간 인상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일본은 최근 전력 회사의 전기 요금 인상으로 떠들썩했다. 여기에 지자체들마다 수도 요금을 올려 가정 부담이 늘고 있다. 하지만 수도 요금 인상은 일본의 인구 감소라는 현실 때문에 벌어진 만큼,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다.

일본에선 지자체가 요금을 걷어 수도 사업을 운영하는데, 인구가 줄면 문제가 생긴다. 상하수도 인프라는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한 데다, 갈수록 노후화로 유지·보수 비용이 늘기 때문이다. 수도 요금 인상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일본은 1억2615만명(2020년) 수준의 인구가 2070년에는 8700만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일본은 합계 출산율에서 한국(0.78명)보다 높은 1.3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인구 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EY신일본유한책임감사법인’에 따르면, 일본 수도 요금은 2043년에 2018년과 비교해 43%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일본의 수도 요금 인상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인구가 줄어들면서 계속 반복된다는 점이다. 실제 홋카이도의 구시로시는 지난 2019년 수도 요금을 19.5% 인상했고 작년 4월에 다시 2.9% 올렸다.

수도 요금 인상은 도시보다는 농촌에서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 도쿄·오사카 같은 대도시는 수도를 사용하는 인구 규모가 크고, 농촌보다 인구 감소 속도도 늦어 버틸 여력이 있다. 온라인에서 생활 정보를 제공하는 ‘파이낸셜필드’에 따르면, 인구 120만명인 히로시마시는 4인 가족이 사용하는 수도 요금이 2199엔(약 2만2000원)인 반면 인접한 인구 2만2500명의 구마노초는 9504엔(약 9만5000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주거지를 정할 때 직장 통근 등의 문제와 함께 수도 요금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홋카이도의 유바리시는 오는 2043년에 3인 가족의 한 달 수도 요금이 2만8956엔(약 29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한때 일본의 대표적 탄광 도시였던 이곳은 면적이 763㎢로 넓지만 인구는 6700명에 불과하다. 현재도 한 달 요금이 6000~7000엔(약 6만~7만원)에 달해 일본에서 가장 비싼 지자체로 꼽힌다.

이처럼 인구가 줄면 상하수도뿐 아니라 전력, 도로, 의료 서비스, 상업 지구 등 인프라의 상대적 유지 비용이 올라간다. 공공요금 인상으로도 감당이 안 되면 생활 여건이 악화하면서 지자체 붕괴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인구 밀도가 줄어드는 지자체들이 택할 수 있는 대안이라곤 (지역 내에서) 주민들을 한곳에 모으는 정책 정도”라고 보도했다. 실제 유바리시는 도시 내 특정 지역에 도심 기능과 주거를 집중시키는 ‘콤팩트시(compact city)’ 전략을 내세워 거의 모든 투자를 이곳에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