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베카이세이여자대학은 최근 2024년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도쿄도에 있는 게이센여대도 지난달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입학 정원을 제대로 못 채운 여자 대학들이 사실상 ‘잠정 폐교’를 선택한 것이다. 1966년 개교한 고베시립친와여대는 올 초 남녀공학으로 전환을 선택했다. 그러자 작년 243명에 그쳤던 신입생이 이달 460명으로 늘었고, 그중 남학생이 3분의 1이었다. 남녀 공학 전환으로 생존 기회를 잡은 것이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여자 대학들이 신입생 부족 탓에 폐교하거나 남녀 공학으로 전환하면서 여대 숫자가 전성기 때인 23년 전과 비교해 23%나 감소했다. 일본은 1875년 오차노미즈여대(구 도쿄여자사범대학)의 개교를 시작으로, 1998년까지 꾸준히 여대가 증가해 98곳이었다. 하지만 2021년 기준 75곳으로 줄어, 일본 전체 대학(약 780개)의 9% 정도에 그쳤다. 2000~2022년 3년간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여대만 26곳에 달한다.
일본은 인구 감소에도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일본의 여자 대학생은 2022년 120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4400명 늘었다. 하지만 이들 상당수가 남녀공학인 명문대에 진학하면서 여대가 고전하고 있다. 일례로 와세다대학은 1982년만 해도 13.1%에 그쳤던 여학생 비율이 작년에는 38.5%까지 증가했다.
게다가 일본의 여자 대학은 학부가 1~5개에 그치는 소규모가 많고, 취업에 유리한 이공계 학과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컨대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 고베카이세이여대는 학부가 현대인간학부 1개에 불과하고, 게이센여대는 인문학부와 인간사회학부 2개뿐이다.
생존을 위해 교토여대는 올 4월부터 ‘데이터사이엔스학부’를 신설했고, 야스다여대는 2025년 4월 여대 최초로 이공학부를 설치할 예정이다. 일본 여대의 상징인 오차노미즈여대는 올 1월 도쿄대와 ‘연계와 협력에 관한 포괄적 협정’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