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롯데에서 활약한 장훈(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 마이니치신문 제공

1940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인 장훈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유일하게 통산 3000안타를 기록한 선수다. 9년 연속 타율 3할도 아직도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23년간 프로야구 선수로 활동한 뒤 1981년 은퇴했다. 일본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인물이다.

야구는 가난에서 벗어나 배불리 먹으려고 시작했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야구 팀 도에이 플라이어즈(현 닛폰햄 파이터스)에 입단했을 때 받은 계약금 200만엔(약 2000만원)을 꽁꽁 싸매 히로시마에 사는 어머니에게 전했던 일화가 있다.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그때가 어머니의 가장 환한 모습을 봤을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야구의 목표가 그만큼 절실했던 것이다.

‘하리모토 이사오(張本勲)’라는 일본식 이름이 있지만 줄곧 한국 국적을 유지했다. 그는 여러 차례 귀화 제의를 받았지만, 죽을 때까지 일본어를 배우려고도 하지 않고 한국만 바라봤던 어머니를 기려 평생 한국인으로 살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섯 살 때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에 피폭됐다. 당시 원폭 투하 지점 근처에 살았지만 산 중턱이어서 목숨을 건졌다. 12살이었던 큰누이는 원폭으로 사망했고, 남은 가족 4명은 모두 피폭자다. 현재 도쿄에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