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G7(7국) 정상회의 의장국인 일본이 성(性)소수자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진통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당인 자민당이 정상회의를 앞두고 인권 후진국 오명을 벗기 위해 추진 중인 성소수자 차별금지법 제정이 여당 내 강경 보수파와 야권의 반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여당인 자민당은 최근 G7 개최 이전에 ‘LGBT 이해증진법안’을 의원 입법으로 국회 상정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성적 소수자를 의미하는 LGBT는 레즈비언(Lesbian)·게이(Gay)·양성애자(Bisexual)·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앞 글자를 딴 표현이다.
LGBT 법안에 부정적이었던 자민당이 입장을 바꾼 것은 지난 12일 미국·독일·영국·캐나다 등 15국 주일 대사들이 법 통과를 압박하는 영상 메시지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G7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성 소수자의 차별금지법이 없다.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제 사회 위상을 높이려는 일본 입장에서는 회의를 앞두고 ‘인권 후진국’ 오명을 벗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에 자민당은 2년 전 초당파 모임이 만든 ‘LGBT 법안’을 수정해 국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자민당은 ‘성 인식을 이유로 한 차별은 허용되지 않는다’를 ‘성 동일성을 이유로 하는 부당한 차별은 있어선 안 된다’로 바꿨다.
일본어로 ‘성 인식’은 주관적인 성 정체성 자각을 뜻하는 반면, 성 동일성은 의학적으로 판정받은 장애라는 어감이 강하다. 또 자민당은 학교의 성소수자 교육 의무를 규정한 문구를 교육을 권고하는 수준으로 바꿨다.
수정안을 두고 여당 강경파는 “의견 수렴이 안 됐다”는 이유로, 야당인 입헌민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수정안이 후퇴했다”는 이유로 각각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민단체 ‘페어(fair)’는 “차별 금지가 아니라, 오히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확대하는 법안”이라고 했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은 수정안에서 차별금지라는 기존 법안의 뼈대를 모두 빼버렸다”며 “(국제 여론에 대해) 일본도 성소수자를 배려했다는 명분으로 삼기 위한 법안일 뿐”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