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증권거래소의 닛케이평균이 19일 전날보다 0.8% 오른 3만808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거품 경제’였던 1990년 8월 이후 32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1990년대 초 거품 붕괴 이후 최고치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21년 9월 14일에 기록한 3만670엔이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시가총액 1조엔(약 96조원) 이상인 일본 기업이 올해 17곳이 늘어난 157개에 달해 역대 최다(最多)를 기록했다. NHK는 “일본 주요 기업의 성장성과 안정성을 인정한 해외 자금이 꾸준히 유입돼 일본 증시 활황을 떠받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유럽의 동시 불황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현금과 자산이 많은 데다 꾸준히 수익을 내는 일본 기업에 해외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SMBC닛코증권이 지난해(회계연도 기준, 2022년 4월~2023년 3월)의 일본 상장사 1423곳 실적을 분석한 결과, 54%인 769사가 전년 대비 순이익이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이 전년보다 17.3%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현금을 많이 축적한 일본 상장사들이 올해 들어 남는 돈을 주가 부양에 쓰기 시작한 것도 큰 변화다. 예컨대 다이닛폰인쇄는 지난 3월 PBR(주가순자산배율) 1배 이상을 목표로 내걸고 1000억엔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지난해 말 9400억엔이었던 시총이 최근 1조2500억엔 안팎까지 올랐다.
닛케이는 “일본 경제의 체력을 좋게 판단한 ‘버핏 효과’도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유명 투자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지난달 일본의 종합상사 주식 보유 사실을 공개하고 앞으로 일본 주식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들어 일본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지난 17일 발표된 1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4% 증가해 3분기 만에 플러스로 반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