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7국(G7)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일본 정치권에서 중의원 해산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덕분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 내각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치권에선 기시다 총리가 현재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6월 해산, 7월 총선거’라는 속전속결에 나서면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승리가 거의 확실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기시다 총리가 내년 9월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해 장기 집권하는 시나리오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양원제인 일본에서 중의원은 4년 임기제지만 총리가 각의(국무회의)에서 해산을 의결하면 전원이 의원 지위를 상실하고 선거를 치러야 한다.
22일 요미우리신문이 발표한 5월 여론조사(20~21일 실시)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전달보다 9%포인트가 오른 56%를 기록했다. 작년 말만 해도 자민당과 구(舊) 통일교 간 유착 논란 탓에 지지율이 36%까지 떨어지며 ‘총리 조기 하차설’까지 나왔던 기시다 총리가 올해 들어 한·일 관계 개선, 우크라이나 현지 방문, G7 성공 개최 등 연이은 외교 성과를 통해 지지율 반등에 완벽하게 성공한 것이다. 이 신문은 “이번 지지율은 기시다 정권이 2021년 출범했을 때, 국민의 기대를 모았던 시기와 같은 수준”이라며 “자민당 내부에서 기시다 총리에게 조기 중의원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민당은 총 의석수 465석인 중의원에서 과반이 조금 넘는 262석(56%)를 차지하고 있다. 해산하면 의석수를 늘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민당 내 팽배한 것이다.
중의원 해산 시점은 기시다 총리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내년 9월 총재 선거 전에 해산할 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게 일본 정치권의 정설이다. 기시다 총리는 2년 전 총재 선거 때 본인이 이끄는 기시다파(의원수 45명)와 아소파(55명)·모테기파(54명) 간 3자 연합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의원 100명인 최대 파벌 아베파가 건재한 만큼, ‘중의원 해산과 승리’라는 확고한 성과와 함께 당내 기반을 강화하지 않으면 내년 9월의 총재 선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마이니치신문은 “해산 시나리오는 시기별로 6월 21일 전후, 올해 가을쯤, 내년 이후 등 3가지”라고 보도했다. 현재 ‘지지율 상승세’를 활용하는 필승 카드는 정기국회가 끝나는 날인 6월 21일 해산을 선언하고, 7월 중순에 선거를 치르는 방안이다. 다만 기시다 총리의 고민은 내년 자민당 총재 선거까지 여전히 1년 넘는 시간이 있다는 점이다. 중의원 해산·선거 승리가 총재 재선출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을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로선 총재 선거만 고려할 경우 내년 4월 해산이 가장 좋지만, 그때도 내각 지지율이 좋으리란 보장이 없다.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벌써 7월 선거를 염두에 두고 공천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이즈미 겐타 입헌민주당 대표는 “다음 선거 때 현재의 1.5배인 150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입헌민주당으로선 자민당이 아닌, 제2 야당인 일본 유신회(중의원 의석수 41석)가 더 신경 쓰이는 존재다. 지난달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5곳 중 4곳에서 자민당이 승리할 때, 유일하게 1석을 차지한 야당이 일본유신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