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아들이 작년 말 총리 관저인 총리 공저(公邸)에서 친척들과 망년회를 가질 당시의 문제로 공직에서 사퇴한 데 이어 기시다 총리가 그날 친척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추가로 공개됐다. 총리 공저는 일본 총리의 숙소인데, 일부 공간은 외국 인사를 초청하는 등 공적 용도로도 사용된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총리가 사용하는) 사적 공간에서 친척과 동석한 것”이라며 문제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일본 주간지 프라이데이는 2일 기시다 총리와 아내 유코 여사, 장남인 쇼타로 전 정무 담당 총리 비서관이 총리 공저에서 친척 15명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서 기시다 총리와 유코 여사는 총리공저의 소파가 있는 공간에서 생활복 차림으로 꼿꼿하게 앉은 채 웃는 모습이고, 그 주위로 친척들이 앉거나 서 있다. 주간지는 “망년회에는 총리 동생인 실업가 기시다 다케오씨 등 기시다 집안의 형제와 배우자, 자녀들이 모였다”며 “외부 사람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은 친척들만의 모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시다 총리가 단순히 친척들과 인사만 한 게 아니라, 기쁜 표정으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에게로 ‘망년회 불똥’이 튈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연말에 친척들과 식사를 했다”며 “총리 공저에는 사적인 공간과 영빈 기능을 하는 공적 공간이 있는데, 사적 공간에서 친척과 동석한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그는 “(총리 공저 내) 공적 공간에서 부적절한 행동은 없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는 “(총리의) 설명이 올바른지는 앞으로 여러 각도에서 검증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쇼타로 전 비서관은 당시 친척들과 찍은 사진이 언론에 공개돼 지난 1일 비서관직에서 물러났다. 쇼타로 전 비서관도 기시다 총리와 함께 총리공저에서 생활하는데, 그날은 다른 공간인 붉은 융단이 깔린 계단에서 친척들과 마치 내각 대신들인 듯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이 문제가 됐다. 다른 사진에서 친척 한 명은 계단에 다리를 뻗고 드러눕기도 했다. 이에 일본 언론들이 친척 망년회의 모습에 대해 비판했다. 당시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도 “공저는 영빈 기능이나 집무 기능을 가진 공적인 시설로, (쇼타로 비서관의 행위는) 적절하지 않다”고 발표했고 이후 경질됐다.
일본 총리 공저에는 연간 1억6000만엔(약 15억원)의 세금이 쓰인다. 업무 공간인 총리 관저 바로 옆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