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총리실에서 저출산 대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이 연간 3조5000억엔(약 32조원)에 달하는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26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자, 출생부터 초·중·고교 등 성인에 이를 때까지 국가가 상당 부분 보장하는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1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기시다 내각은 지난 13일 아동수당 확충 등을 골자로 하는 ‘어린이 미래 전략 방침’을 의결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젊은 층 인구가 급감하는 2030년에 진입하기 전까지 저출산 추세를 반전시켜야 하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인구 감소에 제동을 걸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특히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아이에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달 1만~3만엔(약 9만~27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등 파격적인 금전 지원책을 앞세웠다. 영아 시기의 육아 비용뿐 아니라 청소년기에 성장하면서 급격히 증가하는 교육비를 보조해주는 것이다.

이는 부모 세대에 비해 집값 부담 등이 커진 젊은 부부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자는 취지다. 현재 아동수당은 저소득 가구의 자녀를 대상으로 중학생까지 매월 1만엔씩 지급하는데, 앞으론 소득 제한을 철폐해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 기간도 고등학생까지로 연장한다. 지급액은 0~2세는 월 1만5000엔(약 13만원), 3세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는 월 1만엔(약 9만원)을 지급한다. 셋째 자녀부터는 일률적으로 월 3만엔(약 27만원)을 주기로 했다. 예컨대 자녀 3명을 둔 가정은 아동 수당으로만 육아 기간 동안 총 1100만엔(약 1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내년 10월부터 바뀐 기준에 따라 아동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육아 탓에 실질임금이 감소한 직장인을 돕기 위해 7000억~8000억엔(약 6조~7조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오는 2025년부터 육아휴직을 하는 부모에게는 ‘이전까지 받던 실질 월급’과 거의 같은 수준을 보조금으로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월급 통장에 찍히던 금액을 육아휴직기에도 거의 보전해준다는 뜻이다. 또 2세 미만 아이를 둔 부모가 근무 시간을 줄이는 데 따라서 임금이 감소할 경우에도 해당 금액만큼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여기에 맞벌이 부부 등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어린이는 언제든지 통원’이라는 신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즉 부모가 언제라도 시간 단위로 보육원에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맞벌이가 아닌 전업주부들도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또 저소득 가구에는 아이의 대학교 수업료를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연간 소득이 600만엔(약 5400만원) 이하인 다자녀 가구의 아이가 이공대에 진학할 경우에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다만 문제는 막대한 재원의 확보 방안이다. 기시다 총리는 그동안 “저출산 대책을 위한 증세는 없다”고 말해왔지만, 재정 절감 등 기존 예산의 개혁만으론 3조엔이 넘는 저출산 대책 비용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연말까지 세부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방침이다. 부족한 재원은 ‘어린이 특례 공채(가칭)’와 같은 국채로 충당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