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2 야당인 ‘일본유신회’의 바바 노부유키(馬場伸幸·58) 당 대표는 15일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은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는 틀림없는 동료”라며 “일본은 한국과는 절대로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한이 사이가 좋지 않으면 동아시아의 평화 안정은 절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가 이끄는 보수 성향의 일본유신회는 지난 4월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주된 지지 기반인 오사카를 넘어 시·현 의원만 800석 가까이 거뒀다. 의원 수 축소와 세비 감축 등 정치 개혁 실행에 더해 바바의 ‘고졸 출신 서민 정치인’ 이미지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고교 졸업 후 패밀리 레스토랑 주방에서 3년간 일하다 국회의원 비서 7년, 시의원 19년을 거쳐 오사카에서만 중의원 4선을 내리 했다. ‘혐한(嫌韓·한국 싫어함)과 극우’라는, 일본유신회에 대한 이미지에 대해 바바 대표는 “잘못된 오해”라며 “내가 아는 한 (일본유신회에) 한국에 대해 이상한 마음을 가진 멤버는 없다”고 했다.
-일본유신회는 혐한인가.
“한국과는 절대로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일본 국민은 음악·드라마·화장품 등 한국을 너무 좋아한다. 일본 젊은 세대는 90% 정도가 한국을 좋아하는데, 일본유신회는 젊은 멤버들이 가장 많은 정당이다. 오해의 배경에는 10년쯤 전, 당시 유신회 대표였던 하시모토 도루씨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왜 일본군위안부만 문제 되나’ 등) 매우 기묘한 발언을 해 한국인 감정에 상처를 준 게 크지 않을까 싶다. 이제 하시모토씨는 일본유신회와 전혀 상관없고 탤런트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는 일본유신회의 ‘유신’은 한국의 유신 체제와 관계없다며 영어 당명이 개혁을 뜻하는 ‘재팬 이노베이션 파티(Japan Innovation Party)’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나.
“솔직히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어느 쪽을 향했었는지, (한반도에 대한) 안전 보장을 어떻게 생각했었는지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이었다. 윤 대통령은 달랐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면 지지율이 떨어져도 해야 하는 것이고 그게 위대한 정치인이다. 정치 경험 없는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은 공정함, 정의와 같은 잣대를 인생에 품고 살아온 것 같다. 정치만 해온 정치인들은 지지율을 높이려고 대중에 영합한다. 한국에선 일부 정치인들이 반일 감정을 본인의 정치력을 유지하는 도구로 쓰곤 했다.”
-일본에서 왜 유신회가 인기 있나.
“일본유신회는 자민당과 같은 보수지만, 개혁 보수다. 내 살을 베면 국민이 납득한다. 예컨대 (일본유신회가 과반인) 오사카부 의회에선 지난 12년간 부의원을 109명에서 79명으로 줄였고 월급도 30% 깎았다. 정치인이 스스로 손해 보는 개혁을 하면 다른 관료에게나 정책에도 같은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자민당과 손잡고 ‘전쟁하는 일본’으로 가나.
“(평화헌법인) 헌법 9조의 개헌을 둘러싸고 과거의 역사 때문에 많이들 걱정하는 것을 안다. 자위대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은 지금 ‘제로’라고 생각한다. 영세중립국이라는 스위스도 군대가 있다. 헌법을 정비해 자위대를 군대라고 인정하고 대신 (자위대가) 선제공격을 하는 부대도, 조직도 아니며 국가를 스스로 지키는 군대라고 확실하게 하자는 것이다.”
-기시다 내각의 ‘반격 능력’ 보유 주장에 찬성하나.
“만에 하나 북한이 일본 국토를 공격하거나, 그럴 상황이 매우 높을 경우에 상대국의 영토가 아닌, (일본을) 공격할 무기와 장비를 (자위대가) 공격하는 데 찬성한다. 하지만 전쟁을 하자는 식의 선제공격은 반대한다. 솔직히 일본은 전쟁할 수도 없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전쟁이 터졌을 때 군대 가라고 하면 바로 ‘싫다’고 즉답할 것이다.”
-본래 정치 지망생이었나.
“본래 꿈은 내 식당을 여는 것이었다. 패밀리 레스토랑 주방에서 일하다 21세 때 국회의원 비서로 들어갔고 30세가 되면 독립해 장사할 생각이었는데 의원이 시의원 선거에 나가라고 했다. 시의원 당선된 날, 머릿속 스위치가 바뀌었다. ‘정치 시작했으니 톱까지 가자’고 마음을 정했다.”
-지방선거 돌풍 이후 목표는.
“다음 선거에서 제1 야당 되는 것이다. 그다음 선거에선 자민당과 경쟁할 정도로 의석수를 늘린다. 그다음엔 집권 여당이 되는 게 목표다. 나는 야구로 치면 4번 타자가 아니라, 8번 타자 겸 포수다. 성격이 화려한 걸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포지션에서 조직을 지켜나가는 게 젊었을 때부터 내 방식이다. 그렇게 유신회를 제1당으로 키워갈 것이다. 유신회가 집권당이 됐을 때 여전히 내가 당대표라면 총리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