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하객 대행, 여자친구 대행 등 다양한 ‘대행 서비스’들이 성행하는 가운데 직장인들을 상대로 퇴직 절차를 대신 밟아주는 ‘퇴사 대행’ 서비스가 본격 유행하기 시작했다.
25일 재팬포브스 등에 따르면, 퇴사 대행이란 근로자 본인을 대신해 변호사나 대행 업체 직원 등 제3자가 직장에 퇴직 의사를 전달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2만~5만엔(약 18만~45만원)을 지불하면 회사에 얼굴을 비칠 필요 없이 그만둘 수 있다. 퇴직금 등 협상도 대신 진행해준다. 실제 일본 포털사이트 기준으로 40곳 이상의 ‘퇴사 대행 서비스’가 운영 중이다. 이 중 상위 다섯 업체의 누적 이용자 수만 10만명에 육박한다고 일본 매체들은 전했다.
퇴사 대행 서비스의 시작은 2010년대 중반이었는데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이용자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감염 우려로 접촉을 최소화하는 분위기에서 ‘대이직’이 벌어진 탓이다. 특히 팬데믹 기간 중 입사한 신입 사원들은 회사 사람들과 대면할 시간이 적어, 대면 방식으로 퇴직 의사를 전달하는 게 ‘메이와쿠(迷惑·민폐)’일 수 있다는 생각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퇴사 대행 업체 엑시트(EXIT)가 지난 1~3월 조사한 결과, 이용자의 72%가 20대였다. 이어 30대가 18%, 40~49세가 5%였다. 근속 연수는 3개월 미만이 38%로 가장 많고 3개월~1년 33%, 1~3년 20%였다. 사회 초년생이거나 회사와 인연이 짧을수록 퇴사 의사 전달이 부담스러워 피했다는 뜻이다. 최근 대행 서비스를 통해 회사를 그만뒀다는 일본의 한 20대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주로 전화나 메신저로 소통한 상사에게 혼나는 것이 두려웠다”며 “회사에 직접 퇴직 의사를 말하는 것도 스트레스가 됐다”고 했다.
다만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막상 대행 업체를 이용했더니 “회사가 직접 대면하자고 한다”고 하거나, 지나치게 불리한 퇴직 협상 결과를 갖고 와 황당했다는 피해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퇴사 대행 서비스가 만능은 아니란 것이다. 이용자들 사이에선 “잠시나마 인연이 닿았던 직장이라면 좋은 추억으로 마무리하려는 노력이 앞으로 인생에도 도움 되지 않을까” “퇴사 대행은 그 마지막 기회를 끊어버리게 돼 아쉽다” 등의 반응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