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TV 활동을 하지 않는 이른바 '지하 아이돌'이나 인디 밴드들은 주로 건물 지하에 위치한 소규모 공연장에서 활동한다. 전국 각지에 위치한 소규모 공연장을 대개 '라이브하우스'라고 부른다. 8월부터 일본이 외국인 가수에게 그간 까다로웠던 ‘흥행(興行) 비자’ 발급 조건을 대폭 완화, 한국의 중소 기획사 가수들이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 외국인 가수에겐 금지됐던 공연 중 음료수·식사 제공도 허용되고, 좌석을 뜻했던 ‘객석’ 규제가 서서 보는 공간(입석)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완화되면서 라이브하우스 공연에 나설 기회도 늘어난 것이다. 사진은 오키나와의 한 라이브하우스에서 무명 인디 밴드가 공연하는 모습./오키나와 여행사 타비라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크지만 외국인에게는 까다로웠던 일본 공연 시장에 한국 가수 등이 진출하는 길이 훨씬 넓어진다. BTS 같은 글로벌 스타뿐 아니라 갓 데뷔한 신인 가수가 곧바로 일본 공연 무대에 서기 쉽게 관련 규제가 완화된다. 일본 정부가 외국인 가수에게 까다로웠던 ‘흥행(興行) 비자’ 발급 조건을 8월부터 대폭 완화한다고 요미우리신문이 31일 전했다. 인구 약 1억2000만명으로 공연에 소비하는 돈이 많은 일본 시장에 한국 예술인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할 기회가 늘고 새로운 차원의 한류(韓流)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흥행 비자’란 가요·연주·무용 같은 예술 활동이나 스포츠 등으로 흥행 수입을 올리려는 외국인 입국자에게 주는 비자다. 기존엔 비자 기간이 15일 이내이거나, 객석이 100석 이상이면서 음식 미제공 공연이어야 한다는 식으로 이 비자의 발급 조건이 까다로웠다. 보통은 대형 공연장을 채울 정도로 팬이 많아야 비자를 받을 수 있었고 그렇더라도 장기간 머무르며 일본 ‘전국 투어’를 하기는 어려웠다.

8월부터 바뀌는 ‘흥행 비자’ 규정에 따르면 비자 기간은 예전 보름에서 한 달로 늘어난다. 이전에 외국인 가수에겐 금지됐던 공연 중 음료수·식사 제공도 이제 허용된다. 좌석을 뜻했던 ‘객석’ 규제는 서서 보는 공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완화돼 일본에 많은 입석 라이브하우스 공연에 진출할 기회도 늘어난다. 거물급 아티스트가 장기간 일본 투어를 하거나 지명도가 낮은 신인 가수들이 일본 공연을 하기가 모두 쉬워질 전망이다.

일본의 공연 시장은 지난해 3984억엔(약 3조5800억원)으로, 한국(1조285억원)의 3배 이상이다. 연간 공연 관객 수가 4831만명에 달하는 거대 문화 시장이다. 한국은 지난해 일본 공연 시장에서 243만명을 동원, 북미(88만명)와 유럽(17만명)을 월등하게 넘어선 압도적 1위였다. 이번 규제 완화는 북미·유럽의 신인 가수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지만, 항공료 등 비용을 감안할 때 사실상 한국 신인 가수들이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릴 전망이다. 요미우리는 “(출입국관리청 등) 정부 내에서 ‘일본에서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한류 아이돌을 지원하는 조치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