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24일 정식 개장을 앞둔 일본 도쿄의 초고층 복합단지 아자부다이힐스의 조감도. 다른 복합단지와는 다르게 건물과 건물 사이에 넓은 녹지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하철 2개 노선과 직접 연결되고 도쿄의 관광 명소 롯폰기힐스, 도쿄타워와도 도보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거리다. /모리빌딩

낡은 일본 도쿄 도심을 바꾸는 초고층 첨단 복합단지로 주목받아 온 아자부다이힐스가 11월 24일 정식 개장을 앞두고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아자부다이힐스 개발 사업을 총괄해온 모리빌딩이 8일 모리JP타워 33층에서 사업 완공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아자부다이힐스의 핵심인 모리JP타워는 높이 330m 초고층 빌딩으로 정식 개관할 경우 2014년 만들어진 오사카의 아베노하루카스(300m)를 제치고 일본 최고의 마천루(摩天樓)가 된다.

모리빌딩은 2003년 일본에 도심 재개발 붐을 일으킨 효시로 꼽히는 롯폰기힐스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한 회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쓰치 신고(辻慎吾) 대표는 “아자부다이힐스는 미래형 도시의 모습을 추구한 프로젝트이며, 여기서부터 도쿄는 크게 바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아자부다이힐스의 특징으로 내세운 것은 ‘녹지’다. “330m 초고층 빌딩을 지은 이유도 녹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며 “녹지와 나무, 새·곤충이 함께 모이는 녹색 도시가 미래형 도시”라고 했다.

아자부다이힐스가 자리 잡은 도쿄도 미나토구는 대기업 본사와 외국계 기업의 일본 본부, 외교 공관들이 몰려 있는 도심 지역이다. 주민 다수는 고소득자다. 이런 금싸라기 땅에 모리빌딩은 대규모 녹지를 만들었다. 전체 면적 8만1000㎡ 가운데 녹지가 2만4000㎡다. 정중앙에 6000㎡ 규모 공원이 있고, 주변에 64층 빌딩 세 개를 세웠다. 건물 10여 동 주변으로 인공 숲을 조성하면서 심은 나무 종류만 320종이다. 롯폰기힐스 등 지금까지 진행된 도쿄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와 다른 점이다.

녹지 말고도 차별화되는 점은 또 있다. 일본의 주요 벤처캐피털 70곳을 한곳에 모은 ‘도쿄벤처캐피털허브’를 들인 것이다. 쓰치 대표는 “도쿄가 전 세계 주요 도시들과 경쟁해 이기지 못하면 일본의 미래는 없다”며 “글로벌 인재와 기업들에 선택받을 수 있는 도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기업이 입주하는 빌딩이 아닌, 스타트업과 같은 신생 기업을 돕는 역할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모리 빌딩은 아자부다이힐스를 일본판 샌드힐로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도로인 샌드힐로드는 주변에 150여 곳의 벤처캐피털이 밀집해 있어 스타트업의 성지로 불리는 지역이다.

‘콤팩트 시티(도시 속 도시)’를 추구한다는 점은 앞서 도쿄에서 진행된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와 동일하다. 아자부다이힐스는 호텔·병원·학교·미술관·쇼핑거리·상가 등을 모두 갖췄다. 일본의 명문 게이오대학과 함께 ‘게이오대 예방의학센터’를 만들었다. 영국계 국제 학교인 ‘잉글리시스쿨 인 도쿄’도 문을 연다. 쇼핑몰에는 에르메스, 까르띠에, 불가리 등 명품 업체 10곳을 포함해 150개 상점의 입점이 확정됐다.

그래픽=양인성

약 6400억엔(약 5조9000억원)이 투자된 아자부다이힐스는 1989년 재개발 조합이 설립 후 34년 동안 진행된 초장기 프로젝트로도 주목받았다. 일본에서 재개발은 토지주의 3분의 2가 동의하면 추진할 수 있지만 모리빌딩은 90%의 동의를 받으려고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모리빌딩 관계자는 “하나의 마을을 만드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완성된 이후에 다 같이 돕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당시 64세였던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지금껏 바뀌지 않았고 98세에 준공식에 참석하게 됐다.

동의를 받는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이후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2017년 일본 정부의 국가전략특구 프로젝트로 지정돼 6년 만에 완공했다. 전략특구 프로젝트는 국가와 도쿄도, 미나토구, 모리빌딩이 개발 스케줄을 공유하기 때문에 중간에 예상치 못한 규제로 건설이 지체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아자부다이힐스가 공식 개관과 함께 단숨에 내외국인들이 몰려드는 신흥 관광명소로 떠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데다가 지하철 2개 노선과 직접 연결된다. 이미 외국인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은 도쿄타워 및 롯폰기힐스와는 걸어서 각각 10분, 20분 거리에 있다. 모리빌딩은 연간 방문객을 3000만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