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승리로 리그 우승을 거머쥔 일본 프로야구 구단 한신타이거스/트위터

일본 간사이(關西·관서) 지방 야구팀이자 고교 야구 성지 ‘고시엔(甲子園)’ 구장의 주인 한신 타이거스가 18년 만에 센트럴리그 우승컵을 거머쥐면서 오사카 일대가 축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한신은 이날 저녁 6시에 열린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4대3 승리를 거두고 리그 1위를 확정지었다. 이날까지 성적은 80승4무44패다. 일본엔 센트럴·퍼시픽리그 양대 리그가 있고 각 리그 3위까지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한신은 지난해 경기당 평균 관중이 3만6370명으로 일본 구단 중 1위다. 세계 프로야구팀 가운데서도 6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 측면에선 ‘최강’ 팀으로 꼽힌다. 한국인에겐 투수 오승환이 활약했던 팀이어서 인기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정작 성적은 보잘것없어 우승컵과는 거리가 멀었다. 1950년 양대 리그 체제 출범 이후 리그 우승은 다섯 차례(1962·1964·1985·2003·2005년)뿐이었다. 상대 리그까지 제패한 ‘일본시리즈’ 우승은 1985년 한 번뿐이었다. 오사카와 부산의 역동적인 도시 분위기, 뜨거운 팬 문화와 대비되는 초라한 성적 때문에 종종 한국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와 비교되곤 한다.

한신 팬들 사이에는 매 시즌 초 성적이 잘 나오면 “올해는 우승”이란 ‘설레발’을 치다 실망한 경험이 잦아 우승을 ‘저것(아레)’이라고 부르는 문화가 있을 정도다. 한신이 올해야말로 진짜 우승에 성공하자 팬들은 고시엔 구장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동네 술집에 가득 모여 소리를 지르고 있다고 NHK 등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오사카 중심부이자 관광 명소이기도 한 도톤보리강 주변은 이날 경기가 끝난 9시쯤부터 한신의 우승을 축하하는 팬들의 행렬로 발 디딜 틈 없는 모습이었다. 앞서 오사카시(市) 당국은 일찍이 한신 우승이 확정됐을 경우에 대비해 경계 강화에 나섰다. 1300여 인력을 동원해 통행 통제에 나섰다.

오사카시가 이처럼 긴장 태세에 나선 건 앞서 한신 우승 때마다 인파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1985년 한신이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땐 팬들이 도톤보리강 인근에 모여 패스트푸드 체인 KFC의 ‘샌더스 대령’ 동상을 강에 던져버리는 등 소동을 일으켰다. 2003년 우승 때는 5300명이 강에 들어갔고 이 중 1명이 숨졌다. 주(駐)오사카 한국 총영사관은 최근 웹사이트에 “한신 타이거스 리그 우승으로 도톤보리에 인파가 폭주해 각종 안전 및 인파 사고가 발생한다고 일본 경찰이 경고해 왔다”며 이번 주말까지는 야간에 도톤보리 방문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