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방구석 도쿄통신’, 지금 시작합니다.

2015년 9월부터 격주 화요일마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이 빵이 굉장해!(このパンがすごい·코노팡가스고이)’라는 뉴스레터를 연재하고 있는 자타공인 '빵 전문가' 이케다 히로아키(池田浩明)씨

혹시 근시일 내에 도쿄 여행을 계획 중이신가요? 방구석 도쿄통신 1편은 일본 여행을 앞뒀다면 몰라서는 안 될 ‘교통카드 발급 중지 사태’에 대해 다뤘었는데요. 이번 5편에서도 여행자들을 위한 ‘꿀 정보’를 준비했습니다.

일본은 빵이 참 유명합니다. 처음 빵이 유입된 것은 16세기 중반, 포르투갈 상인들이 나가사키 해안에 표착하면서입니다. 이후 막부 쇄국령으로 잠시 모습을 감췄다가, 1840년 발발한 아편전쟁을 계기로 외국의 침공에 대비할 효율적인 군량(軍糧)으로 부활했죠. 2차 세계대전 이후엔 식량난에 시달리던 일본 서민들에게 소중한 양식이 되었고, 이후 일상에 스며들어 지금과 같이 일본인들 입맛에 맞는 다양각색의 빵들이 탄생했습니다.

이케다 히로아키(池田浩明)씨는 자타공인 ‘빵 덕후’입니다. 자신을 “일본 전역의 빵을 마구 찾아 먹고, 빵에 대해 마구 쓰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죠. ‘식빵을 맛있게 먹는 99가지 방법’(2018년), ‘살면서 꼭 한번 먹고 싶은 샌드위치’(2015년) 등 그가 빵에 관해 집필한 책만 최소 6권입니다. 2015년 9월부터는 격주 화요일마다 아사히신문에 ‘이 빵이 굉장해!(このパンがすごい·코노팡가스고이)’라는 뉴스레터를 연재 중입니다.

이케다 히로아키(池田浩明)씨가 2015년 9월부터 아사히신문에 연재 중인 ‘이 빵이 굉장해!(このパンがすごい·코노팡가스고이)’ 뉴스레터

그런 그에게 지난달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도쿄 여행을 계획하는 한국 독자들에게 추천할 빵집을 소개해달라.” 며칠 지나 곧바로 답장이 왔죠. “매우 기쁜 마음으로요.(大変うれしいです·타이헨우레시데스)”

그렇게 받아낸, 한국의 ‘빵순이’ ‘빵돌이’들을 위한 이케다씨의 도쿄 빵집 추천 7선. 방구석 도쿄통신이 ‘단독’으로 소개해 드립니다.

◇크림 위에 가녀린 체리 하나… 리치함과 산뜻함이 공존하는 ‘기적의 도넛’

일본 도쿄 다이토구 '치가야 쿠라마에'가 판매하는 도넛들. 왼쪽부터 커스터드 크림, 믹스베리 크림, 초콜릿 크림.

한국에는 수많은 도넛 프랜차이즈가 있고, 소규모 개인 빵집에서도 도넛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도넛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도시가 있다면 미국 뉴욕일 것입니다.

뉴욕에서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던 나카야마 치가야씨는 가나가와 쇼난(湘南)에 있는 낡은 빈 점포를 보곤 문득 “빵집을 차려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구(舊)남친·현(現)남편인 당시 동행자는 “빵집에서 일한 적도 없으면서?”라며 놀랐다고 하죠.

나카야마씨가 떠올린 메뉴는 ‘도넛’. 뉴욕 생활에 항상 붙어 다니던 음식이었다고 하죠. 아침 식사에서도, 식사 후 커피를 마실 때도, 저녁에 들린 펍(Pub·선술집)에서도 어디서든 도넛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일본 도쿄 다이토구 '치가야 쿠라마에'가 판매하는 커스터드 크림 도넛. 이케다 히로아키(池田浩明)씨는 “빨강과 흰색이 섞인 가련한 모습 속 쫀득쫀득 식감과 동시에 가벼운 목 넘김, 리치함과 산뜻함이 기적적으로 공존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빵집에서 일한 경험이 전무했던 나카야마씨는 전적으로 자신의 ‘상상’에 의존해 도넛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만든 도넛의 특징은 ‘입에 들어가면 후루룩 사라져버린다’는 것. 어린 시절 할머니가 만들어주던 폭신한 팬케이크에 착안했다고 하네요.

이케다씨는 나카야마가 만든 도넛이 “마치 하늘에 떠다니는 자유로운 구름 같으면서도, 주린 배를 채워주는 견실한 음식. 결코 동시에 충족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욕구를 왕복하면서 채워준다”고 극찬했습니다. 커스터드 크림 도넛에 체리가 얹힌 모습을 보곤 “빨강과 흰색이 섞인 가련한 모습 속 쫀득쫀득 식감과 동시에 가벼운 목 넘김, 리치함과 산뜻함이 기적적으로 공존한다”고 말했죠.

‘기적의 도넛’은 도쿄 북동부 다이토구에서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역들 중에는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아키하바라, 우에노 등이 있으니 관광 가시는 길에 들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가게명: 치가야 쿠라마에(chigaya kuramae)

위치: 일본 도쿄 다이토구 토리고에 2-8-11(東京都台東区鳥越2-8-11)

영업시간: 매일 8~18시

◇형용할 수 없는 맛의 ‘뫼비우스의 띠’, 북유럽 시나몬롤 도쿄에 착륙

일본 도쿄 코다이라시 토루펫이 판매하는 시나몬롤과 커피. 이케다 히로아키씨는 두 조합이 “커피가 연주하는 베리와 감귤을 연상시키는 달콤함과 신맛이 빵의 맛을 더욱 빛나게 한다. 신비로운 ‘마리아주(먹을 것과 마실 것의 조합)’의 문이 저절로 열리는 듯하다”고 극찬했다.

다음 소개할 빵집은 도쿄 중앙부 고다이라시에 있는 북유럽 스웨덴풍 베이커리 카페 ‘토루펫(torpet· トルペット)’입니다. 가게 이름은 북유럽 사람들이 짧은 여름을 즐기는 휴양처를 일컫는 단어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유리로 된 입구와 나무 벽, 콘크리트 바닥, 거기에 북유럽 가구들까지 들어서 입장하자마자 “스웨덴인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는 이 카페. 그 화룡점정은 보기에도 바삭한 표면에 달콤한 계피향이 풍기는 시나몬롤입니다.

바삭한 표면과 부드러운 속, 이른바 ‘겉바속촉’은 현대 모든 빵들의 공통 특징이자 매력이지만, 스웨덴 시나몬롤은 빵 반죽이 빙빙 감겨 있는 데서 오는 특유의 식감으로 그 매력을 배증(倍增)시킵니다. 이케다씨의 표현을 빌리면 이른바 “형용할 수 없는 맛의 ‘뫼비우스의 띠’”입니다.

일본 도쿄 코다이라시 토루펫이 판매하는 '카다몬롤'. 시나몬롤에서 반죽을 감는 방식에 차이를 준 것이라고 한다. 토루펫에서 시나몬롤의 라이벌이자 콤비로 꼽힌다.

타국에서 온 음식은 그 지역 특성에 맞춰 변화하는 법. 일본인들의 입맛에 따라 맛이 변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은 달랐습니다. 무엇보다 제빵사가 스웨덴 출신입니다.

토루펫의 파티시에, 아담 펠트씨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좋아 도쿄에 왔다고 합니다. 고향에서부터 취미였던 시나몬롤 제빵을 도쿄에서 뽐내기로 했습니다. 시나몬슈가가 묻은 반죽을 가늘고 길게 분리해 실타래 감듯 빙글빙글 감아 구우면 폭신폭신 맛있게 부풀어오른 시나몬롤이 탄생합니다.

이케다씨는 토루펫의 시나몬롤이 “커피와 찰떡궁합”이라고 말했는데요. 특히 이 가게가 사용하는 덴마크산 원두 로스팅 기계와 함께라면 더욱 완벽하다고 합니다. ‘달필(達筆)’ 이케다씨의 ‘맛 묘사’를 들어보시죠. “커피가 연주하는 베리와 감귤을 연상시키는 달콤함과 신맛이 빵의 맛을 더욱 빛나게 한다… 신비로운 ‘마리아주(먹을 것과 마실 것의 조합)’의 문이 저절로 열리는 듯하다.”

스웨덴에선 시나몬롤 등 페스츄리 빵을 커피와 함께 마시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피카(FIKA)’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토루펫에 들려 소중한 동행자와 ‘피카’를 가져보시죠.

가게명: 토루펫(torpet)

위치: 일본 도쿄 코다이라시 타카노다이 38-5(東京都小平市たかの台38-5)

영업시간: 평일 9~18시, 주말 9~17시(수요일 휴무)

◇딱딱하단 편견 버려, 푹신푹신·탱글탱글 하드빵은 처음이지?

일본 도쿄 고토구 B2(비스퀘어드)가 판매하는 헤이즐 프로마쥬. 풍만한 곡식 향이 감칠맛을 유발한다. 하드빵이라고 해서 딱딱하다고만 생각하면 금물. 입에 넣자마자 푹신푹신 탱글탱글한 속감이 혀를 감싼다.

최근 도쿄에서 가장 ‘힙’한 동네를 꼽으라면 동부 고토구의 ‘키요스미 시라카와’란 답이 많이 들려옵니다. 최근 몇 년새 일본에서 맛보기 어려웠던 스페셜티 커피를 파는 카페들이 속속 들어서면서인데요. 고소한 커피향과 독특한 인테리어의 가게들로 이국적인 풍경을 띠는 이 동네에 지금부터 소개할 카페 겸 베이커리 ‘B2(비스퀘어드·ビースクエアード)’가 위치해 있습니다.

B2라는 가게명은 ‘Bread(빵)’의 B와 ‘Bean(원두)’의 B를 따서 만들었습니다. 동네 콘셉트에 걸맞게 거대한 로스팅기를 갖춘 이 카페는 직접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아이싱해 ‘에스프레소롤’을 만든다는데요. 갈라진 크루아상 반죽 원단에 촉촉한 에스프레소와 버터가 합류, 여기에 뉴질랜드식 커피 플랫화이트를 함께하니 “스모키한 커피 향과 쓴맛이 크림의 달콤함을 ‘리셋’시켜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이케다씨는 표현했습니다.

이케다씨는 “설탕도, 기름도 들어가지 않는 ‘하드빵’이 이곳에선 유독 푹신푹신 탱글탱글하다”고도 했습니다. B2는 빵 효모(이스트)도 사용하지 않고, 자가 배양한 발효종만 사용한다고 하는데요. 치즈 같은 껍질에선 꿀 같은 달콤함이 난다고 합니다.

일본 도쿄 고토구 B2(비스퀘어드)가 판매하는 옥수수 크로크무슈. 식빵 위에 옥수수가 꽃을 피운듯한 모습.

식빵 위에 옥수수가 꽃을 피운듯한 ‘옥수수 크로크무슈’, 풍만한 곡식 향기가 감칠맛을 유발한다는 ‘헤이즐 프로마쥬’ 등이 대표 메뉴들입니다.

B2의 또 다른 특징은 ‘오픈 키친’입니다. 제빵사와 커피 장인들의 쉴 틈없는 움직임과 손님들이 만들어내는 적당한 웅성거림을 보고 들으면 “마치 해외에 나온듯한 공기감”이라고 이케다씨는 말했는데요. 뉴질랜드 디자이너가 인테리어 콘셉트를 짜줬다고 하니 기대하고 가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이 가게를 즐기는 또 하나의 키포인트, 직원마다 ‘라떼 아트’ 디자인이 제각각이라고 합니다. 도쿄에서 ‘자유로운 공기감’과 함께 커피와 빵을 즐기고 싶으시다면 한번 방문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가게명: B2(비스퀘어드·ビースクエアード)

위치: 일본 도쿄 고토구 후쿠가와 1-9-10(東京都江東区深川1-9-10)

영업시간: 매일 9~18시(연말연시 휴무)

◇도쿄 금융가에 연착륙한 세계 유일의 ‘베이커리 은행’… “미쳐버리는 맛”

일본 도쿄 추오구 베이커리 뱅크가 팔고 있는 ‘크랜베리 초콜릿’ 맛 사워도. 이케다 히로아키씨가 먹고 “미치는 줄 알았다”는 그 빵이다.

일본 최대 증권거래소 도쿄증권거래소가 위치한 니혼바시 가부토쵸(兜町)는 일본판 ‘월스트리트’, 도쿄의 금융 중심가로 꼽힙니다. 굴지의 금융 기업들뿐 아니라 성장하는 스타트업들도 이곳을 보금자리로 삼고 있죠.

그런 가부토쵸에 일본 ‘금융맨’들을 위한 ‘베이커리 은행’이 지난해 12월 15일 오픈했습니다. 1000년 나이를 먹은 올리브 나무로 만들어진 현관, 은행의 놋쇠 손잡이를 누르듯 문을 열고 들어가면 중후한 콘크리트벽과 엔틱풍 바닥, 나무 카운터가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이처럼 장엄한 공간에서 거래되는 것은 돈다발도, 금화도 아닌 ‘빵’입니다. 이케다씨는 “자본주의의 폐허에서 상연되는 공상 영화 장면을 보는듯했다”고 묘사했죠.

이곳의 시그니처는 특유의 시큼한 맛이 일품인 ‘사워도(sourdough)’. 다양한 배리에이션을 거친 사워도가 진열대에 올라 있는데, 그중 ‘크랜베리 초콜릿’을 맛보곤 이케다씨는 “떨어져 있는 빵 부스러기마저 정신없이 먹게 됐다”고 합니다. 겉에 발린 그을린 초콜릿에선 표현하기 어려운 달콤함이 묻어나고, 한입 베어 물면 크랜베리의 시큼달큰함과 건포도에서 넘쳐나는 차조기 같은 풀 향, 떫은맛과 신맛이 어우러집니다. 이케다씨의 말을 그대로 옮깁니다. “미치는 줄 알았다.”

일본 도쿄 추오구 베이커리 뱅크가 판매하는 크로아상. 속면의 야들야들한 부드러운 촉감과 황홀한 단맛을 가속화하는 겉면의 소금기를 자랑한다.

속면의 야들야들한 부드러운 촉감, 황홀한 단맛을 가속화하는 겉면의 소금기를 자랑하는 크루아상도 이곳에서 빼먹을 수 없는 메뉴라고 하네요.

베이커리 은행은 독특하게도 비스트로(프렌치 식당)와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샤르퀴트리(염지 가공 돼지고기)와 감자 그라탕, 사슴 고기 등 모든 메뉴가 빵과 어우러지도록 서빙된다고 하는데요. 무한 리필이 가능한 모둠 빵과 함께라면 “빵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꿈의 플레이트”라고 이케다씨는 말했습니다.

일본 도쿄 추오구 베이커리 뱅크가 운영하는 비스트로에서 제공하는 샤르퀴트리(염지 가공 돼지고기) 등 음식들. 무한 리필이 가능한 모둠 빵과 함께라면 “빵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꿈의 플레이트”라고 이케다 히로아키씨는 말했다.

레드 와인과의 마리아주도 훌륭하다고 하니, 술과 빵 모두 좋아하시는 분들께선 ‘필수 코스’로 찜해두셔야겠습니다.

가게명: 베이커리 뱅크(Bakery bank)

위치: 일본 도쿄 추오구 니혼바시 가부토쵸 6-7(東京都中央区日本橋兜町6-7)

영업시간: 매일 11~18시(화·수요일 휴무)

◇도넛이라고 다 같은 도넛 아냐… 들어는 봤나 ‘비건 도넛’

일본 도쿄 시부야 팜 마트와 친구들이 판매하는 잡곡 비넛 도넛 플레이트. 도넛은 통통한 두께감에 말랑말랑하게 깨지는 식감이 마치 인절미 같고, 잎채소와 당근 피클, 햄, 치즈 등과 함께 곁들이면 “포근한 달콤함이 입안을 감싸 잡곡이 울려 퍼지는 맛이 느껴진다"고 한다.

이번 빵집의 시그니처도 ‘도넛’입니다. 그런데 다이토구 토루펫의 도넛과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시부야 요요기에 있는 도넛 전문점 ‘팜 마트와 친구들(Farm Mart & Friends)’은 도쿄 안팎에서 자란 무농약으로 재배된 농산물만을 사용합니다. 이곳에서 도넛을 주문하면, 언뜻 보기엔 샐러드 접시와 같이 보이지만, 식사빵의 일종인 ‘잡곡 비건 도넛 플레이트’가 서빙됩니다. 10종 이상의 잡곡이 도넛 위로 수놓여 있습니다. 옆에는 일본 밥상에서 빠져선 안 될 미소시루(味噌汁·된장국)도 보이네요.

통통한 두께감에 말랑말랑하게 깨지는 식감, 잡곡 도넛은 마치 “인절미 같다”고 하는데요. 은은한 단맛도 나는 것이 마치 “링 모습을 하고 있는 오니기리(おにぎり·주먹밥)” 같았다고 이케다씨는 말했습니다. 와인비네거로 풍미를 살린 잎채소와 당근 피클, 햄과 치즈 등 함께 곁들여진 재료들과 함께 먹으면 “포근한 달콤함이 입안을 감싸 잡곡이 울려 퍼지는 맛이 느껴진다”고 하네요.

일본 도쿄 시부야 팜 마트와 친구들이 판매하는 앤초비 도넛. 화이트 와인과의 궁합이 좋다.

일본산 앤초비(멸치)를 잘게 썰어 탁구공만한 도넛에 넣은 ‘앤초비 도넛’은 겉으로 보면 타코야끼(たこ焼き)같지만, 화이트 와인과 마리아주하면 “이탈리아로 끌려가 나폴리 명물 제폴리니(이탈리아 튀김 요리)를 먹는 기분”이라고 합니다.

이케다씨는 “이곳 도넛들은 하나하나 스토리가 있고, 너무 개성적이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달고 짠 자기 주장 강한 빵들에 지친 분이라면 이곳만의 건강 도넛으로 ‘힐링’받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가게명: 팜 마트와 친구들(Farm Mart & Friends)

위치: 일본 도쿄 시부야 요요기 3-9-5(東京都渋谷区代々木3-9-5)

영업시간: 평일 12~20시, 주말 9~17시(월·화요일 휴무)

◇자유의 언덕에서 ‘굿 아이디어’를 외치다… 포카치아에서 ‘치느님’ 감칠맛이?

일본 도쿄 메구로구 쎄튀 윈느 보니데가 판매하는 류스틱 오 바게트. 홋카이도산 밀 키타노가오리를 사용했다. 이케다 히로아키씨는 "통상적인 바게트에서 경험하던 기대치를 단번에 초월한다"고 말했다.

도쿄 메구로구의 ‘자유의 언덕’ 지유가오카(自由が丘)에는 우아한 분위기의 제과점 ‘쎄튀 윈느 보니데(C’EST UNE BONNE IDEE)’가 있습니다. 발음하다가 혀를 깨물 것 같은 이 이름은 프랑스어로 ‘굿 아이디어(좋은 생각이다)’란 뜻이라는데요.

홋카이도산(産) 일명 ‘기적의 밀’ 키타노가오리(キタノカオリ)를 사용한 이 빵집은 바게트가 유명합니다. 파티시에의 권유로 이곳에서 파는 ‘류스틱 오 바게트’를 먹은 이케다씨는 이렇게 말했죠. “천천히 단맛이 높아지고, 높아지고, 높아지다가… 그렇게 통상적인 바게트에서 경험하던 기대치를 단번에 초월한다. 입안에서 바게트가 금세 녹아버리고, 버터도 바르지 않았는데 그와 비슷한 단맛이 우러난다. 버터 중에서도 냉장 보관에서 갓 탈출한, 월등하게 깨끗한 향이…”

일본 도쿄 메구로구 쎄튀 윈느 보니데가 판매하는 크로칸 링. 겉면에서부터 손님들의 침샘을 자극한다.

포카치아(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빵으로 납작하게 구운 것이 특징)에선 “프라이드 치킨인가?”란 착각이 들 정도로 올리브 오일과 밀의 조화에서 밀려오는 감칠맛이 엄청났다고 합니다. 부드러운 브리오슈에 가나슈를 짜 넣고, 바삭한 크로칸 토핑을 올린 ‘크로칸 링’은 생긴 모습에서부터 손님들의 침샘을 자극하죠.

전체적으로 “예상을 초월하는 맛이었다”는 게 이케다씨의 총평입니다. 지유가오카는 이곳 말고도 디저트 빵집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요. 도쿄 여행하시다 체력이 달리면 이곳에 들러 혈당 충전하고 가시죠.

가게명: 쎄튀 윈느 보니데(C’EST UNE BONNE IDE·セテュヌボンニデー)

위치: 도쿄 메구로구 지유가오카 2-15-7(東京都目黒区自由が丘2-15-7)

영업시간: 매일 10~19시(수요일 휴무)

◇도쿄 한복판에서 경험하는 ‘황홀한 입녹음’… 이번 기차여행, 오니기리 대신 빵 어떠세요?

일본 도쿄 치요다구 더 스탠다드 베이커스 외관.

여행으로든, 출장으로든 도쿄를 찾는 많은 분들이 자주 방문하게 되는 곳이 ‘도쿄역’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도쿄역에 가면 무얼 드시고 싶으신가요? 일본 기차 여행의 명물 에키벤(駅弁·역에서 파는 도시락)과 오니기리, 편의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폭신한 식감의 에그산도(サンド·샌드위치의 줄임말) 등 선택지는 다양할 것입니다.

그 다양하디 다양한 선택지에 ‘빵집’ 하나 얹을까 합니다. 2020년 6월 개점해 코로나도 견디고 성업 중인 ‘더 스탠다드 베이커스’입니다.

가게명은 ‘스탠다드(standard·보통)’인데, 맛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이케다씨는 이곳 빵들의 감수를 맡는다는 우지이에 유지(氏家由二) 셰프 이름을 직접 거론하면서 “그의 손을 거친 빵들은 ‘신의 입 녹음’을 맛볼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습니다.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사라지는 ‘녹는 맛’의 달인이라는 건데요.

일본 도쿄 치요다구 더 스탠다드 베이커스가 판매하는 토치오토메 캉파뉴. 토치오토메는 도치기현에서 나는 딸기 품종 중 하나다.

추천 메뉴는 ‘토치오토메 캉파뉴’. 토치오토메는 도치기현에서 나는 딸기 품종 중 하나입니다. 퓌레로 절인 토치오토메를 캉파뉴에 넣으니, 껍질은 울긋불긋 중후한 외형을 유지했지만 내용물은 ‘죽’처럼 걸쭉해집니다. 그대로 오븐에 구우면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토치오토메 캉파뉴가 완성됩니다.

더 스탠다드 베이커스의 토치오토메 활용 방안은 캉파뉴에 그치지 않습니다. 토치오토메 캉파뉴와 같은 방식으로 식빵에도 토치오토메 수제 잼을 듬뿍 담았습니다. 이름은 ‘토치오토메 프리미엄 브레드’. 이케다씨는 “이 식빵은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입 녹음이 훌륭하다”고 평가했죠.

일본 도쿄 치요다구 더 스탠다드 베이커스가 판매하는 토치오토메 프리미엄 브레드. 식빵에 토치오토메 수제 잼을 듬뿍 담았다. 토치오토메는 도치기현에서 나는 딸기 품종 중 하나.

이 가게가 도치기현 토치오토메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지역 생산자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도치기 농가로부터 (토치오토메를) 긁어모으고 있다. 수제 잼 제작은 무척 고된 일인데, 직원들에게 무리해서라도 부탁하고 있다”는 것이 사장의 설명입니다.

일본 한복판 도쿄역에서 도치기를, 또 일본 최고의 ‘입 녹음’을 경험해보세요.

가게명: 더 스탠다드 베이커스 도쿄(THE STANDARD BAKERS TOKYO)

위치: 일본 도쿄 치요다구 마루노우치 1-9-1(東京都千代田区丸の内1-9-1)

영업시간: 월~토요일 7~22시, 일요일 7~21시(매 연휴 마지막 날은 휴무)

이케다씨는 빵과 관련된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니 관심 있는 분께선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 youtube.com/channel/UC_CieXWWq0V-Crbrj6cvG_w

'도쿄 타워'가 보이는 일본의 수도 도쿄의 전경/조선일보DB

9월 20일 다섯 번째 ‘방구석 도쿄통신’은 도쿄 여행을 앞두신 ‘빵순이’ ‘빵돌이’ 독자분들을 위한 현지 ‘빵 덕후’의 추천 빵집 리스트로 꾸며보았습니다. 원래 다루고자 하는 일본 사회 트렌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제이지만, 한 번씩 이렇게 ‘정보 전달’의 역할도 해보고자 합니다.

다음 주에도 일본에서 핫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방구석 도쿄통신’ 3~4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가짜뉴스 전성시대, ‘AI로 맞짱뜨겠다’는 日 스타트업”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3/09/06/7QFXHF7YLRCBHDFJPSTJVR46KE/

“정치인 월급, 성과따라 주면 안되나요?” 나루토 보고 정계 입성한 日MZ의 소신발언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3/09/13/NX6V7CPZAFABPDXX4FV6YBHCAU/


‘방구석 도쿄통신’은 매주 수요일 연재됩니다.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하단의 ‘구독’ 링크를 눌러주세요. 이메일 주소로 ‘총알 배송’됩니다.

이번 한주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주 수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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