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방구석 도쿄통신’, 지금 시작합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선 한국 외교부와 주한일본대사관, 일본 정부 관광성 등이 후원하는 ‘한일축제한마당’이 열렸습니다. 한일 국교 정상화 40주년이었던 2005년 시작한 이 행사는 올해로 19회째를 맞았습니다.
기자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이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방구석 도쿄통신’ 구독자 중에서도 평소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아 이날 코엑스를 찾은 분이 계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날 행사를 감상한 ‘방구석 도쿄특파원’의 소회를 번외편으로나마 전달드리고 싶어 주말 불시(不時)로 찾아뵙게 됐습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이후 재개된 양국 정상 간 ‘셔틀 외교’와 상대국을 오가는 관광객의 급증 등 회복하는 한일 관계를 보여주듯, 이날 행사가 시작된 오전 11시부터 행사장 앞에는 울트라맨·오징어게임 등 양국을 대표하는 각종 캐릭터 코스프레를 한 젊은이들이 입장 대기 줄에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어린 자녀 손을 잡고 온 가족들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이날 일본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코엑스를 찾았죠.
‘우리가 그리는 미래(共に描く未来)’란 주제로 개최된 이날 행사는 총 4부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1부에선 주요 내빈들의 축사로 한일축제한마당의 포문이 열렸고요. 이어서 서울시 소년소녀합창단, 서울일본인학교 학생들이 결성한 ‘한일소년소녀합창단’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서울시 소년소녀합창단이 합창곡 ‘다 잘 될꺼야’를 부르며 무대를 먼저 장식했고, 마포 서울일본인학교 초등부 5·6학년 학생들이 일본 가수 이노우에 아즈미의 곡이자 동명의 애니메이션 주제가 ‘이웃집 토토로’로 답가했습니다. 마지막엔 한일 학생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2002년 양국이 공동 제작한 동요 ‘투게더(Together)’를 함께 불렀습니다.
이어 2~3부엔 일본 이와테현 기타카미(北上) 지역 민속춤 ‘도깨비 검무’를 추는 ‘이와사키오니켄바이보존회’와 한국 ‘봉산탈춤보존회’가 무대에 올랐고, 4부에선 한일 코스프레와 함께 양국 아이돌 그룹인 엔싸인(n.SSign)·아르카나프로젝트가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이러한 행사들과 함께 코엑스 행사장 곳곳에는 일본 지자체와 관광청, 한일학생미래회의 등 단체들이 마련한 부스 63개가 설치됐는데요. 일본 음식인 다코야끼(たこ焼き)와 야끼소바(焼きそば)를 파는 푸드 부스에는 점심때였던 12시를 전후로 30명 이상의 참가자들이 길게 대기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유명 J팝 가수들의 굿즈를 증정하는 곳과 일본 전통 의복인 유카타(浴衣)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에도 대기 줄이 꾸준하게 늘어서 있었죠. 일본항공(JAL)·엡손(EPSON)·미쓰이물산·미쓰비시상사·히타치그룹 등 일본 기업들도 행사장을 찾아 상품을 홍보하거나, 한국인 대학생들을 상대로 취업 설명회를 진행했습니다. 일본 코스프레 복장을 한 이들이 널뛰기, 투호 등 한국 전통 놀이를 즐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인 포켓몬스터 주인공 ‘피카츄’ 색종이 접기 체험을 하던 전모(29·서울 강남구 거주)씨는 “대학생 때부터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아 (한일축제한마당) 자원봉사에도 참여했었다”며 “대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찾으니 감회가 남다르다. 요즘 양국 관계가 나아지면서 일본 문화에 흥미를 가지는 친구들이 확실히 늘어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날 행사엔 한일경제협회가 후원하는 대학생 교류 단체 ‘한일학생미래회의(KJSFF)’도 참석했는데요. 이들은 부스에서 양국 역사에 관한 ‘한일 골든벨’ 등을 진행했습니다. 이 단체 소속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재학생 박진석(23)군은 “최근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회복하는 가운데 오늘 자리를 빛낼 수 있어 더 뜻깊다”며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학술 교류가 아니라, 이렇게 양국의 톡톡 튀는 문화를 젊은 세대끼리 공유하며 서로를 피부에 와닿게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는데요. 그는 이어 “양국 과거사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미래로 나아가는 젊은 세대로서 교류를 늘리고,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나은 정서적인 기반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유인촌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진석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비롯한 김한정·박대수·배현진·이용 등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일본 측에서는 호리이 이와오 외무성 부대신과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친선협회중앙회장,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 등이 찾았죠.
한국 측 행사 실행위원장을 맡은 손경식(CJ그룹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축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 간 셔틀 외교가 재개된 이후 양국 관계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특히 한국에선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맥주 등 음식이 유행하고 일본에선 K팝·K뷰티·K푸드가 주목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어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 간 교류로 양국의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오늘 축제를 계기로 인적 교류가 더 축적돼 우정이 돈독해지길 바란다”고 했죠.
일본 측 실행위원장인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은 “그동안 최악을 달리던 일한 관계가 (최근) 극적으로 회복하고 있다”며 “오늘 축제가 양국 국민 간 우호를 증진시켜 새롭게 빛나는 시대를 열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호리이 부대신은 지난달 4년 만에 대면(對面) 개최된 도쿄 ‘일한축제한마당’에 5만6000명이 넘는 시민이 참석했다고 언급했는데요. 그는 “도쿄 행사도 대성공을 거뒀고, 또 최근 양국을 오가는 여행자가 관광객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는 만큼 오늘 행사로 서로의 매력을 더 발산했으면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19회 한일축제한마당은 저녁 6시30분까지 진행됐습니다. 주최 측 추산 6만여 명의 시민들이 행사장을 찾았다고 합니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대면 개최된 작년 행사 때(약 5만명)보다도 많은 규모였습니다.
10월 28일 열 번째 ‘방구석 도쿄통신’이자 첫 번외편에서는 19회째를 맞이한 한일축제한마당의 현장 이야기를 다뤄보았습니다. 기존 연재 요일인 다음 주 수요일에도 일본에 관한 핫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8~9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올해 일본에서 ‘이 동물’ 조심하세요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3/10/18/Z4TI5PMMERAF5FRDRCTLT4WFOY/
승차공유 합법화 놓고 쪼개지는 日사회, ‘타다사태’ 닮았네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3/10/25/SCADXG5J35GBXJXOM2GXDX75I4/
‘방구석 도쿄통신’은 매주 수요일 연재됩니다.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하단의 ‘구독’ 링크를 눌러주세요. 이메일 주소로 ‘총알 배송’됩니다.
이번 한주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주 수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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