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방구석 도쿄통신’, 지금 시작합니다.

한국인들에게 일본 도쿄 맛집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도쿄 네모'를 운영하는 에노모토 야스타카씨가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김동현 기자

“음식엔 정치처럼 어려운 함의가 없어요. 음식을 통한 교류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진실된 거라 생각합니다.”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에노모토 야스타카씨는 20대 때인 2009년, 도쿄에서 한국 문화예술 기업 ‘노리단’의 공연을 보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산업 폐기물들을 수집해 악기로 만들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하는 기업인데요. 고교부터 대학까지 합주부 활동을 한 그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해당 기업에서 일하고 싶단 생각 하나로 현해탄을 건넜던 그가 현재는 도쿄에서 한국인들을 상대로 일본 식문화와 맛집을 소개하는 소셜미디어를 운영 중입니다. 2016년 시작한 인스타그램 계정 ‘도쿄 네모’의 구독자 수는 현재 약 2만명. 지난 11일, 신(新)사업 구상차 오랜만에 서울을 찾았다는 그와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이날 그는 “내 게시글들로 일본 식문화를 이해하고 즐기는 한국인이 늘어나는 것에 기쁘다”며 이렇게 말했죠.

레터 마지막에 에노모토씨가 추천하는 일본 지역별 ‘이건 꼭 먹어야 해!’ 음식과 도쿄 맛집들이 정리돼 있습니다! 여행을 앞두셨다면 꼭 확인하세요.

한국인들에게 일본 도쿄 맛집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도쿄 네모'. 에노모토 야스타카씨가 2016년부터 운영 중이다. 후쿠오카의 한 생선 요릿집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000곳에 가까운 식당을 소개한 그는 "한 번도 돈을 받고 글을 올린 적이 없다. 앞으로도 상업적 인플루언서로 활동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인스타그램

에노모토씨가 ‘맛집 탐방’에 관심을 가진 건 고교 시절부터였습니다. 합주부 특성상 도쿄 시내부터 교외까지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공연했는데, 라멘을 좋아했던 그는 지역별로 유명한 가게를 가보고 싶단 생각에 서점에서 맛집 지도를 사 친구들과 ‘원정’을 다녔다고 합니다. “무리마다 맛집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사람이 한두명씩 있잖아요? 저도 그런 부류였어요. 제가 데려간 가게에서 친구들이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저까지 행복해졌죠.”

그러던 그가 한국에 관심을 가진 뒤,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2011년 서강대로 어학연수를 왔습니다. 일본에서부터 한국어 교과서를 구해 공부한 그는 연수 6개월 만에 한국어 실력을 1~6급 중 4급으로까지 끌어올렸죠. 이후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 노리단에 입사를 시도했지만 양측 사정으로 채용되지 못했습니다. 그냥 돌아가기 아쉬웠던 그는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명소와 맛집을 소개하는 웹사이트 ‘서울나비(SEOUL NAVI)’에서 기자로 일하기 시작했는데요. 각종 식당과 관광지를 한국어로 취재하고, 일본어로 기사를 썼습니다. 1년 지나 비자가 만료되고선 귀국했죠.

일본어 서울 여행 정보 사이트 '서울나비'

이후 에노모토씨는 한국에서 익힌 언어와 문화를 잊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소셜미디어를 활용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고민을 거쳐 2016년부터 ‘도쿄 네모’란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게 됐죠. 한 한국인 친구가 자신의 이름을 발음하기 어렵다며 ‘네모모모…’라 부르던 것에 착안했다네요. 그렇게 후쿠오카의 한 생선 요릿집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00개의 달하는 일본 식당이 그의 인스타그램에 소개됐습니다. 단언컨대, 한 번도 음식점에서 돈을 받고 글을 올린 적은 없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앞으로도 상업적인 ‘인플루언서’로 활동할 생각은 일절 없다”고 했습니다.

그의 여정이 순탄치 많은 않았는데요. 2019년 5월, 외국인에게 일본 관광 정보를 소개하는 도쿄의 한 업체에 취업했으나 곧바로 한국에서 ‘노 재팬’ 사태가 터졌습니다.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맛집을 소개하던 그는 게시글에 별안간 악플이 쏟아지는 등 업무가 마비됐고, ‘도쿄 네모’ 구독자 수는 1만6000명에서 1만명 안팎으로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내 심적으로 위축된 그에게 코로나 사태까지 닥쳤죠. 이후 영업과 타부서 보조 등 회사에서 이런저런 일을 도맡아 했다고 합니다.

지난 8월 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일본행 여행객들이 출국수속을 기다리고 있다./뉴스1

다행히 올해 코로나가 종식되고, 양국 관계의 회복과 함께 일본을 찾는 한국인이 늘어나면서 ‘도쿄 네모’ 구독자 수도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노재팬’과 ‘코로나’라는 두 장벽을 거쳐 현재 2만명이 넘는 한국인 구독자를 보유하게 됐는데요. 올여름엔 다니던 회사를 재차 그만두고 본업을 ‘맛집 소개 작가’로 옮겼다고 합니다.

그는 또 퇴사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노재팬과 코로나가 끝나면서 일본에 여행 오는 한국인이 늘어나자 내 계정을 구독하는 이도 늘어나고, 외부 잡지나 신문에 기고문을 요청받는 일도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에노모토씨는 지금까지 두 권의 책도 썼는데요. 2018년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와 2021년 ‘텐동의 사정과 나폴리탄의 비밀’입니다. 모두 일본 식당과 식문화를 한국인들에게 소개하는 내용이죠. 현재는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의 개정판을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작업 중이라 하고요. 이르면 내년 초, 서울에서 일식당을 오픈하려 사업을 준비하고도 있습니다.

일본 돈부리(덮밥)의 대표 격인 규동(소고기 덮밥). 비비지 않고 그대로 먹는 것이 특징이다./dancyu

에노모토씨에게 ‘요새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음식 트렌드가 무엇이냐’고 묻자, “일본은 그런 게 잘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비슷한 질문을 자주 듣는데, 시즌마다 특정 동네나 메뉴가 주목받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인데요. 그는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음식이 “치즈 닭갈비”라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건너간 메뉴죠. “그만큼 일본 음식은 트렌드를 타지 않아요. 보통 익숙한 메뉴를 먹고, 익숙한 식당을 찾죠. 그게 한국과 일본 식문화의 차이점 중 하나입니다.”

이번엔 그에게 한·일 식문화 차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음식을 묻자, ‘비빔밥’과 ‘돈부리(덮밥)’라고 답했습니다. 한국 비빔밥은 비벼먹는 반면, 일본 돈부리는 비비지 않고 그대로 먹죠. 에노모토씨는 “한국인은 맛의 균일함을 추구하지만 일본인은 같은 그릇에서도 맛이 변해가는 과정을 즐긴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 같이 어우러지는 단체 문화와 조화를 중시하는 한국, 저마다 개성과 사생활을 존중하는 일본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재밌다”고 했죠.

지난해 12월 '도쿄 네모'에 올라온 한 게시글. 추천 식당과 메뉴뿐 아니라 특징, 먹는 방법, 가게 예약 방법 등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양국 식문화에 대한 그의 남다를 애정을 보여주듯, ‘도쿄 네모’ 게시글들에는 식당·메뉴 소개뿐 아니라 “돈부리는 비벼먹지 않는다”는 등 현지인들이 먹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돼 있는데요. 에노모토씨는 “알고 먹어야 더 맛있다”고 했습니다. 외국을 여행하는 한국인들이 기왕이면 현지 방식으로 음식을 즐겨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죠.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균 8만회쯤의 식사를 한다고 해요. 전부 맛있는 음식으로 채울 순 없겠지만, 먹는 걸 좋아하는 저로선 최대한 그러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에노모토씨는 “한번 간 식당은 되도록 가지 않으려고 한다”는데요. 특히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그 기억을 자신 혼자만의 것으로 간직할 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2만 한국인 팔로워들을 언급하며 “이제 내 ‘위장’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한국인들에게 한 곳이라도 더 많은 맛집을 소개하기 위해 최대한 새롭고 다양한 식당을 다니려고 합니다. 최종적으론 한국인이 현지인과 가능한 한 비슷한 수준의 정보로 일본 음식을 즐길 수 있길 바라요. 제 활동이 결과적으로 한일 식문화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그에게 ‘일본에서 이건 꼭 먹어야 한다, 라는 음식이 있나요?’라 묻자 “너무 많아 지역별로 정리해봤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 답은 아래와 같습니다.

일본 홋카이도 대표 음식 '수프카레'/푸디

삿포로(홋카이도)- 수프 카레, 갑각류(오징어·게·우니)

오사카- 스파이스 카레, 우동

나고야- 히츠마부시(ひつまぶし·장어덮밥)

시즈오카- 우나쥬(うな重·장어덮밥)

히로시마- 오코노미야끼(お好み焼き·일본식 빈대떡)

규슈(특히 미야자키)- 치킨난방(チキン南蛮), 생선(초밥·고등어 요리)

후쿠오카- 튀김, 닭껍질 구이, 돈코츠라멘. 후쿠오카가 아닌 곳에서 돈코츠라멘을 먹지 마세요, 맛이 전혀 다르니까!

도쿄- 뭐든지! 굳이 따지자면 쇼유라멘과 메밀국수. 라멘은 쇼유(간장)이 기본 중 기본이고, 도쿄는 쇼유라멘의 성지!

일본 카레라멘/니시키야 키친

마지막으로 도쿄 여행을 계획 중인 한국인에게, ‘지금’ 추천하고 싶은 식당을 골라달라고 부탁했는데요. 에노모토씨가 엄선한 ‘도쿄 맛집 7선’을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1.텐토센(点と線)

추천 메뉴: 카레라멘

위치: 도쿄 세타가야구 기타자와 3쵸메-34-2

2.타카하시(ぎたろう軍鶏炭火焼鳥たかはし)

추천 메뉴: 오야코동(親子丼·닭고기 덮밥)

위치: 도쿄 시나가와구 니시고탄다 1초메-7-1

3.우나후지(うな富士有楽町)

추천 메뉴: 히츠마부시(ひつまぶし·장어덮밥)

위치: 도쿄 지요다구 우치사이와이초 1초메-7-1

4.코시탄탄(地鶏や 虎視眈々)

추천 메뉴: 치킨난방(チキン南蛮)

위치: 도쿄 시부야구 우다가와초 10-2

5.지게 츠키지점(備長炭火焼じげ築地店)

추천 메뉴: 참치 가마구이

위치: 도쿄 주오구 츠키지 2초메-14-3

6.아오키 쇼쿠도(とん汁と玄米 檍食堂)

추천 메뉴: 아지후라이(アジフライ·전갱이 튀김) 정식

위치: 도쿄 오타구 가마타 4초메-7-6

7.L’atelier à ma façon

추천 메뉴: 파르페

위치: 도쿄 세타가야구 가미노게 1초메-26-14

'도쿄 타워'가 보이는 일본의 수도 도쿄의 전경/조선일보DB

12월 20일 열일곱 번째 ‘방구석 도쿄통신’은 한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도쿄 맛집을 소개하는 ‘도쿄 네모’ 에노모토 야스타카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다음 주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15~16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엔반·아쿠스타·오니리피… 오타쿠 용어, 어디까지 들어봤니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3/12/06/YCVI4QMSC5GUXMPVBIZXUMZR7M/

‘마법소녀’는 어떻게 20억원을 등쳐먹었나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3/12/13/WCDGWCHT3RDV5CZQJRPH64IU2M/


‘방구석 도쿄통신’은 매주 수요일 연재됩니다.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하단의 ‘구독’ 링크를 눌러주세요. 이메일 주소로 ‘총알 배송’됩니다.

이번 한주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주 수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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