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내년 초에 부모들이 언제라도 아이를 보육 시설에 맡길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 1시간 단위로 아이를 맡기는데 비용은 300엔(약 2700원)이다. 일본 길거리 자판기에서 파는 생수나 캔 커피가 100~180엔 정도다. 부모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값싼 가격이다.
26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어린이가정청이 ‘어린이라면 누구라도 다닐 수 있는 보육 시설(가칭, 이하 ‘누구라도 통원’)’의 이용 요금으로, 어린이 한 명당 1시간에 300엔으로 정했다고 보도했다. 어린이가정청은 일본 정부가 지난 4월에 부모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해 신설한 정부 조직이다.
‘누구라도 통원’ 제도는 부모의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생후 6개월에서 만 세 살 미만의 아이를 시간 단위로 보육 시설이 맡아주는 제도다. 지금까지 일본 보육 정책은 주로 아이를 돌볼 수 없는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했지만, 신규 제도는 전업 주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개선책이다. 전업주부들이 급한 볼일이 생겼을 때 아이를 맡기지 못해 애를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달에 최대 10시간까지 주변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이를 맡길 수 있다. 현재 만 세 살 미만으로 보육원에 다니지 않은 일본 아동은 약 146만명(2021년 기준)이다.
파격적으로 저렴한 이용료는 현재 존재하는 유사 제도인 ‘일시 돌봄 사업’의 수준을 따랐기 때문이다. 일시 돌봄 사업은 부모가 질병 등으로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경우에 보육원이 맡아주는 사업으로, 시간당 300~400엔 정도다.
일본 어린이가정청은 내년 초 전국 지방정부 150곳과 함께 누구라도 통원 제도의 시범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 기간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적정 수의 직원을 늘리거나 장애 아이를 위한 인프라를 정비하는 등 필요한 과제에 대해 하나씩 점검해 지원할 계획이다. 2026년 전국 모든 지역에서 동시 시행에 들어간다. 요미우리신문은 “현재 31개 지방정부에서 시범 사업에 앞서 ‘모델 사업’이란 명목으로 이번 제도를 제공하고 있는데 참가를 원하는 부모들의 응모가 모집 숫자를 넘어 쇄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